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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가까이서 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습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비채 펴냄)


"소설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대체로 늘 이런 대답을 한다.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입니다'라고." 감성을 어루만지는 섬세한 문체로 사랑받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 '자기란 무엇인가-혹은 맛있는 굴 튀김 먹는 법'을 이렇게 시작한다. 이 글에서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차분히 분석하더니 느닷없이(?) 굴 튀김 얘기를 통해 존재감을 새삼 확인시킨다. 하루키답다. 이 책은 1979년 데뷔한 하루키가 지난 30여년간 발표하지 않았던 에세이와 미수록 단편소설, 각종 수상소감 등 69편의 글을 손수 한 권으로 묶었다. 정갈한 구성의 책에 겸손한 '잡문집'이라는 제목도 직접 정했다. 모든 수록 글에는 어떤 계기로 쓰게 됐는지 짤막한 설명이 덧붙었다. 책 말미에는 삽화를 맡은 동료 화가들과 나눈 대담 형식의 해설도 수록됐다. 책은 하루키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 더 가까운 시선에서 보여준다. 평소 하루키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하루 일정 분량의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고, 음악을 듣고, 야구 관람을 즐기고,…(중략) 보통 남자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평범함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는 비범했다. 군조문학상 수상소감인 '마흔 살이 되면'에서 하루키는 "'남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남과는 다른 말로 이야기하라'라는 피츠제럴드의 문구만이 나의 유일한 버팀목이었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히 될 리는 없었다"고 적었다. 그리고 '온기를 자아내는 소설을'에서는 "그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캄캄하고 밖에서는 초겨울의 찬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밤에 다 함께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소설"을 이야기 한다. 말 그대로 '잡문'이지만 하루키가 왜 인기 소설가가 됐는지를 알게 하는 책이다.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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