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제5대 회장에 박찬법 항공 부문 부회장이 추대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금호가(家)의 3세 경영이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될지에 대해서도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 신임 회장에 대해 "구원투수로 등판해 그룹을 안정시킨 뒤 다음 투수에게 순조롭게 마운드를 넘기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 후유증, 오너가의 갈등 등 위기국면에서 등장한 만큼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오너가 3세가 모양새 좋게 등장할 수 있는 길을 닦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삼구 회장이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신임 회장이 그룹의 철학과 내부 사정을 잘 알아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지만 이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뜻하는 언급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박찬법 회장에 이어 등장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항렬상으로 가장 앞서는 사람은 고 박인천 창업 회장의 5남인 박종구 아주대 부총장(전 교육과학부 차관)이다. 만약 박찬법 체제를 징검다리로 '형제경영'이 다시 이어진다면 1순위는 박 부총장이 맞다. 그러나 박 부총장이 학계와 관계를 오가며 그룹과는 거리를 둔 인생을 살았다는 점에서 경영일선에 깜짝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너가 3세 중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창업자 2남인 고 박정구 명예회장 장남인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 부장보다 나이도 위고 직급도 높다. 박찬구 회장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은 이번 사태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향후 후계 구도에서 지분을 바탕으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밖에 금호아시아나그룹 3세 중 장손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 재영씨의 경우는 장손이지만 그룹 경영에는 뜻이 없고 현재 미국에서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금호의 전문경영인체제는 과거 SK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지만 3세들의 경험이 부족해 '3세 경영'을 본격적으로 논하기는 이르다"면서 "그러나 박찬법 체제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한 뒤에는 이 부분이 그룹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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