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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금융감독 개선이 위기 막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주가ㆍ금리ㆍ환율 등 주요 경제변수들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유동성 위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지가 커다란 관심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쉽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대출해주는 주택담보대출이다. 대부분 대출 시점으로부터 2년까지는 낮은 고정금리를 적용하되 그 후에는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구조를 갖는다.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만약 2년 후에 주택대출 원리금을 갚기 어렵게 되면 집을 팔아서 갚더라도 남는 장사”라면서 대출을 권유했다. 저금리가 유지되고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동안 이런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이후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면서 주택경기가 위축되자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가 유동성 위기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신용위기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지만 금융시장이 지나친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여러 나라로 급속히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또다시 금융위기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1990년대 후반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0년대 초반에 세계적인 닷컴위기의 원인은 모두 과잉 유동성과 위험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과잉 유동성으로 신용도가 낮은 개인도 값싼 이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저신용자들도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 집을 샀고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했다. 게다가 투자은행은 이들 대출채권을 기초로 복잡하고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했고 투자자들은 무분별하게 신상품에 투자했다. 투자자들은 신상품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오직 높은 수익률에 만족했다. 이같이 개발된 신상품은 세계 각국으로 수출됐다. 지리적 경계가 무너진 글로벌 경제에서 지구상 어느 한곳의 금융 불안은 순식간에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그동안 한국ㆍ태국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많았다.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대책도 적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선진국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유연한 환율제도를 채택하라고 권고한다. 자유변동환율만이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장을 개방하고 경쟁적인 금융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충고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아시아의 연고주의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시정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가장 개방적이며 경쟁적인 선진 금융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동안 금융위기의 원인과 재발 방지대책을 역설하던 선진국의 금융 고수(guru)들은 어디 있는가. 모든 금융위기는 정책 당국이 과다한 유동성을 공급해 자산의 거품과 투기를 조장한 것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 자금이 넘치면 은행은 대출받는 사람의 상환 력을 따지지 않고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에 대한 부실한 금융감독은 항상 위기를 키운다. 시장은 끊임없이 복잡하고 다양한 신상품을 만들어내는데 감독의 능력이 이에 미치지 못할 때 금융위기가 온다. 금융자유화를 하니까 금융위기가 온다는 말이 있다. 금융 글로벌리제이션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개발해서 수출한 금융상품 때문에 외국 투자가들이 손실을 본다면 미국의 금융감독도 부실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미국 금융상품에 대한 감독을 미국에만 맡기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디스ㆍS&P 등 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조차 위기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투자은행들이 만들어낸 신상품에 부적절한 신용등급을 줌으로써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오늘날 선진 금융시장의 중심에는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거대 금융기관들이 복잡한 신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감독 당국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는가. 글로벌 경제에서 온갖 헤지펀드ㆍ투자펀드 및 차입매수(LBOㆍLeverage Buy Out)가 난무하는 금융시장에서 금융감독의 국제 공조와 금융시장의 투명성 제고가 요구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선진 금융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도 금융위기는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전한 통화신용정책과 끊임없는 금융감독의 개선 노력으로 금융위기를 방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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