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여자들이 보기엔 꼭 내 남자친구를 뺏길 것 같은 불안감이 들게 하는, 딱 여우같은 스타일이지만 한 번 망가져 주시면 남자들에겐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로 다가오는 이가 바로 카메론 디아즈다. 영화 '마스크'로 시작해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거쳐 명실 공히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등극한 그가 명성에 걸맞은 유쾌한 신작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로 국내 관객을 찾는다. 역시 로맨틱 코미디라면 일가견이 있는 애쉬튼 커처와 한 화면에 붙여 놓으니 시너지 효과가 배로 커졌다. 16세 연상 데미 무어를 사로잡은 애쉬튼 커처는 귀여운 악동과 식스팩을 자랑하는 복근남을 오가며 여성 관객에게 유혹의 손짓을 건넨다. 뉴욕에서 주식중계사로 일하는 조이(카메론 디아즈)는 일에 큰 매력은 느끼지 못하지만 잘나가는 남자 친구와 함께 살며 달콤한 결혼을 꿈꾸고 있다. 남자 친구의 생일날 친구들이 전부 모인 자리에서 보란 듯 차인 조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라스베가스 행을 택하고 그 곳에서 회사에서 해고당해 역시 라스베가스를 찾은 잭(애쉬튼 커처)를 만난다. 유달리 대화가 잘 통해 마음이 맞은 이들은 만취 상태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만 다음날 결혼 사실을 깨닫고 이내 서로 이별하기로 합의한다. 이별한 직후 조이의 동전으로 잭이 슬롯머신에서 3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리고 300만 달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법정에 선 이들은 함께 6개월간 결혼생활을 하라는 판결을 받는다. 동결돼버린 300만 달러를 갖기 위해 두 사람은 위험한 동거를 시작하는데…. 영화는 욕실을 혼자 독차지하고 아침마다 시끄럽게 믹서로 주스를 갈아 마시는 조이와 싱크대에 소변을 보고 바지 속을 긁은 손으로 팝콘을 먹는 잭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남녀의 차이를 드러낸다. 상대방이 먼저 결혼 생활에서 손을 떼게 만들어야만 돈을 차지할 수 있다는 영화 속 설정은 존재하지만 사실 이들의 행동은 일상의 연인들이 눈에서 콩 꺼풀이 벗겨진 뒤 상대방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낯섦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부부라는 명제 하에 일상의 남과 여가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어느 정도는 거짓과 위선 속에서 진실을 숨기고 살아간다면 이들 두 주인공은 300만 달러를 차지하겠다는 목적으로 아옹다옹 다투는 사이에 상대방의 진실에 한 발 다가서게 된다. 영화는 라스베가스라는 특수 공간에서의 일탈과 화려함, 뉴욕 남녀의 라이프스타일을 눈요기 거리로 충분히 제공하면서 소통을 통해 자아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잔잔한 메시지를 전한다. 서로가 뒤질세라 폭소탄을 날리는 카메론 디아즈와 애쉬튼 커처의 슬랩스틱 코미디도 수준급이다. 영화 '스타트 포 텐'을 만든 톰 본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열두 명의 웬수들' 시리즈와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를 연출한 숀 레비가 제작자로 나서 코믹 본능을 맘껏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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