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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운찬, 장고 끝에 악수?
입력2007-03-08 16:28:53
수정
2007.03.08 16:28:53
정운찬(59) 전 서울대 총장이 범여권 대선주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는 경제학자이며 한국 최고 대학 교수와 학장ㆍ총장을 지낸 지성인으로 꼽힌다. 그는 7일 정치 참여와 관련, “정치를 한다면 6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생각하고 있다”며 “생각은 오랫동안 깊게 하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선행보 일환인지 대학 강의도 하고 지방 강연에도 나서고 있다.
국민의 관심은 정 전 총장이 대권의지가 있는지, 학자출신 ‘정치 초보자’로 대선 과정에서 끝까지 참여해 승리할 역량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사석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MB) 전 서울시장을 꺾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울러 MB로부터 지난번 서울시장 후보 제의를 받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경제장관 제의를 받았으나 사양했다는 후문.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그의 지인들은 좀더 큰 꿈(대권)을 꾸고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나라당과는 달리 간판스타가 없는 범여권에서는 정 전 총장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있다. 열린우리당 대통합신당 추진위와 김종인 민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대선주자 정운찬’ 추대모임을 구상 중이다. 그는 개혁성향의 경제전문가인데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한나라당 영남 후보를 겨냥해 호남과 충청권을 껴안을 수 있는 인물이다.
반면 한나라당에서는 그의 대선 참여를 견제하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와 관련, “본인의 정체성과 국민들의 기대, 역사적 소명의식, 정치적 의미 등을 고려할 때 범여권이 정 전 총장 카드를 소화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치어리더나 불쏘시개 정도로 이용하겠지만 어차피 들러리”라고 저평가했다.
요즘 여권은 대선후보 공백기간이 길어지자 야당의 대항마로 정 전 총장 영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는 비교적 참신한 경제학자로 ‘경제대통령’ 등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프린스턴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거의 30년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학장에 이어 총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경제 아직도 멀었다’ ‘화폐와 금융시장’ 등이 있다.
그러나 대권가도는 험난하다. 온실에 가까운 국립대학에서 잔뼈가 굵은 유명교수가 짧은 기간에 권력을 장악할 확률은 높지 않다. 대권은 목숨을 걸고 평생 치열한 투쟁을 거쳐 쟁취하는 것이다.
한국 역대 대통령들은 권력의지를 갖고 각종 시행착오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받아 최고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정 전 총장은 대선을 9개월 정도 앞둔 시점인데도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정치를 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학기가 될 텐데 강의를 잘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대권을 노린 사람으론 무척 한가한 소리다. 정말 국가를 경영할 야망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국민을 상대로 대선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뛸 정치무대를 넓혀나가야 한다. 우선 장단점을 국민 앞에 진솔하게 드러내고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친 다음 유권자가 냉정하게 판단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신성장 동력개발, 일자리 창출 등 국정현안에 대해 국가지도자 차원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자신의 약점인 병역 미필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대권은 러브콜을 보내온 특정정당이나 정치그룹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국민들이 부여한다.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분류된 KS(경기고ㆍ서울대 졸업자) 출신으로 대권반열에 올랐던 고건ㆍ이회창ㆍ이홍구 전 총리와 조순 전 서울시장이 왜 추락했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이들은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혀 국민 속으로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오랫동안 서울대 교수와 잘나가는 공직생활로 인해 상대방에게 베푸는 쪽보다는 대우를 받는 데 익숙했다. 대권 도전은 본인 내심의 요구가 최우선이다. 국민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대정신을 갖고 국민과 더불어 기쁨과 고통을 함께하면서 국가장래를 이끌어갈 역량과 각오가 돼 있는지 자문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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