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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17일] 다시 도마 위 오른 통신비밀보호법
입력2008-09-16 17:11:55
수정
2008.09.16 17:11:55
만약 누군가가 내 휴대폰을 몰래 듣고 있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의원이 최근 국가정보원으로 휴대폰 도청에 관한 문의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가정보원이 휴대폰 감청을 하겠다며 추진 중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여야 의원들 대다수가 국가정보원의 권한 강화는 절대 안 된다며 법 개정 추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의원 측이 국가정보원에 도청 문의를 한 사유는 정 최고의원이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이전부터 최근까지 휴대폰이 자주 끊기거나 통화감도가 떨어진다며 측근들에게 “혹시 도청 당한 것 아니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도청을 했거나 도청을 당했다는 어떤 사실도 없었다고 한다. 단순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상당수 여야 의원들이 국가정보원이 추진하는 합법적인 도청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대에 표를 던진다는 것. 특히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지도부도 국가정보원의 대북정보 수집 및 대공수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유독 휴대폰 감청에 있어서는 기본권 침해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왜 그랬을까.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될 법한 놀라웠던 얘기가 떠오른다. 여당 원내지도부의 수장인 홍준표 원내대표가 기자에게 귀띔했던 얘기인데 중요한 사안은 휴대폰을 통해 속내를 안 밝힌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전화는 20년째 도청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당의 실세로 꼽히는 두 의원조차 국가정보원에 대한 신뢰도가 이 정도면 국민들은 어떻겠는가. 두 의원은 모두 국가정보원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이다.
명분과 목적이 분명하다면 국가정보원의 기능 강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정보원은 국익을 위한 최고의 국가정보기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 명분과 목적을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국가정보원이 국민적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먼저 탈바꿈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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