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 간 경제협력이 진행 중인 나선(나진·선봉)경제무역지대에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투자가 유력시되는 만큼 발전 가능성이 유망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준비위원회와 한국무역협회 공동 주최 및 서울경제신문 후원으로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통준위 경제분과 공개 세미나에서 조유현 중소기업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은 '유라시아 시대의 나선 산업단지 조성·협력방안'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조 위원은 "나선산업단지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5·24 대북제재 조치의 예외를 적용하는 등 정경분리 원칙을 제한적으로라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에는 "이러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신(新)북방정책' 주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선 지역은 한반도 최동북단에 자리 잡아 북한·중국·러시아 3국 국경에 인접해 있다. 북한은 지난 1991년 이 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해 2010년부터 중국과 공동으로 관리·개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 중국은 '신실크로드' 정책,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한 극동 지역 개발,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정책 추진에 각각 나서면서 '유라시아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는 게 조 위원의 분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 위원은 "나선 지역 개발은 우리가 북한을 통해 동북아 경제권에 진출하는 발판 역할을 수행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나선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나선 지역 개발 가치로 △동북아시장 진출 기회 선점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한 통일기반 조성 △역외가공을 통한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 △'제조·물류·관광' 분야 국제협력 도모를 제시했다. 이어 "나선산업단지 개발을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인건비 절감, 원부자재 판매수입 등 연간 33억9,000만달러의 수익, 66억달러 상당의 부가가치, 2만명 규모의 일자리 창출 및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나선 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제2의 개성공단'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으나 아직 우리 기업들의 진출은 미미한 상황이다. 일찍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98년 현지 조사 후 중소기업 중심의 글로벌·역외가공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수립했으나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꼽힌다.
조 위원은 그 밖의 나선산업단지 개발 장애요인으로 △전력·용수 등 인프라의 미비 △구매력이 낮은 취약한 배후시장 △주변국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제시했다. 기회요인으로는 AIIB의 투자 가능성을 비롯해 △북한·중국 공동 관리에 의한 경영안정성 △한국과 북한·중국·러시아의 다자간 생산·물류체계 협력 추진 △북한 정권 차원의 높은 개발 의지 등을 꼽았다.
조 위원은 이러한 기회요인을 살려나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경공업 중심의 소규모 산업단지 조성 후 서비스업·중공업의 단계별로 확대해나가는 한편 인근 중국·러시아 지역 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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