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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3월 12일] '이밥에 고깃국'과 미사일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해마다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한다. 이는 북한의 신년사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매년 1월1일에 공개된다. 김일성 시기에는 수령 자신이 직접 육성으로 해왔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서는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북한 대표적 언론 매체들의 공동사설형태를 띠게 됐다. 공동사설이 나오면 이를 관철하는 대회나 강연 및 학습이 전국적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전개된다. 공동사설은 당의 공식적인 지도적 지침을 담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에게는 이를 숙지하고 이행하는 노력이 강요된다. 올해의 경우 공동사설 관련 강연회에서 다소 이례적으로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이 재등장했다고 한다. ‘이밥에 고깃국’은 지난 1950년대 북한의 ‘천리마 운동’ 시절 북한식 사회주의 미래로 정의된 바 있다. 당 선전비서가 이번 강연회에서 “수령(김일성)님께서 그토록 소원하시던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세상이 우리 장군(김정일)님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軍우선 정책서 먼저 탈피해야
여기에서 북한의 ‘장군님’이 앞으로 ‘이밥에 고깃국’을 어떻게 마련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지난해 북한 식량사정은 풍작으로 약간 호전되기는 했지만 주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도 획기적인 개혁과 개방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한 ‘이밥에 고깃국’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실질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군사를 우선하는 정책 딜레마에서 먼저 탈피해야 한다. ‘군사를 국사 중의 제일국사로 내세우고 군력강화에 선차적인 힘을 넣는 것’으로는 북한의 경제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이는 그들의 경제문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만을 영속시킬 뿐이다. 김 위원장 체제가 등장한 지도 약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무엇이 변했는가. 먹는 문제는 여전히 상당 부분 세계의 인도적 지원에 의존해 있으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 등 ‘군사적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허장성세로 주민들의 허기를 달래고자 애쓰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스스로 살길을 찾고자 하는 북한 주민들만 늘어났다. 당국이 아무리 단속해도 장마당은 계속 확대되면서 주민들의 상행위 확산으로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져 당과 체제에 대한 충성도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체제를 이탈하는 대량탈북 사태 가능성이다. 남북 교류협력 대신 중국과의 교류협력 확대를 추구하면 할수록 대량탈북의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체제 위험성을 잘 간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 당국이 현재 한반도를 극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로 몰아가면서 전시동원태세유지로 체제단속에 돌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시험을 ‘위성발사’라 주장하면서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 만큼 미국ㆍ한국ㆍ일본이 북한의 ‘위성발사’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는 제재대상이라는 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어떠한 형태로든지 대북제재 움직임에 기본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또다시 제재국면에 직면하면서 이를 체제단속 차원에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체제 불안정 더 심화 가능성
올해도 북한 당국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주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 환상을 어느 정도라도 충족시키기는커녕 더욱 멀리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체제가 단절되고 폐쇄돼 있을 때는 주민들의 불평불만을 외부 적을 빌미로 일정 부분 잠재울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은 더 이상 완전히 외부로부터 단절돼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각종 수단으로 외부 정보가 유입돼 내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향후 권력세습을 위한 후계구도 정착 과정을 거치면서 체제 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북한 당국은 언제까지 주민들이 핵이나 미사일 시위 등 ‘군사적 강성대국’의 환상으로 배고픔을 채워야 하는 악순환을 참고 버틸 수 있을지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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