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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나라의 품위가 땅에 떨어진 것 아니냐. 한두 번도 아니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30일 TV 중계를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절 비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무실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는 모습을 봤다는 이모(38)씨는 “재직 당시 도덕과 청렴을 강조해 절대적 호응을 얻었던 대통령이 뇌물 정황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 자체에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 마디로 불행이다. 어렵게 민주화를 이룬 결과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착잡해 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홍성혜(29)씨는 “MB 정부가 전 정권의 비리를 치졸하게 들춰낸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노무현 정권은 정치적 성향이나 행적을 봤을 때 다른 정권과 다를 줄 알았는데…”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점 의혹 없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면서도 일부 시민들은 검찰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수원의 한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모(28)씨는 “기소를 하기도 전에 마치 죄를 지은 사람처럼 미리 정보를 흘리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라며 검찰의 태도와 행동을 비판했다. 참여정부 시절 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의원은 “(검찰이) 증거가 있으면 법정에 내놓고 기소하면 되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모욕주고 하는 것은 법률 행위가 아닌 정치 행위”라며 검찰의 수사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시민ㆍ사회 단체들은 검찰이 원칙과 법리대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혐의 사실 관계를 떠나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는 자체가 헌정사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본인과 연관된 의혹에 대해 솔직한 자세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박연차 로비 사건에 대해 전ㆍ현 정권 구분 없는 수사전모를 밝히는 시발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 전체의 자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게 세 번째인데 국민들로서 무척 불행한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정치권이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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