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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먹구름 덮친 서부이촌동 개발 어떻게

개발 가능한 곳끼리 묶어 단계별 진행하는게 바람직<br>도시재생특별법 적극 활용<br>공공이 조정자 역할 맡는 새로운 대안 찾는게 시급<br>도시기반시설·사업비용등 재원조달 방안 마련도 과제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이해가 서로 다른 서부이촌동 개발을 위해서는 도시재생 차원의 접근과 세심한 개발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부이촌동 시범아파트 외벽에 과거 개발 반대 문구가 여전히 흉물스럽게 새겨져 있다. /서울경제DB



서울 용산의 초입인 원효대교 북단 시범중산아파트 외벽에는 "한강수가 혈수(血水) 되도 내 집 사수한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구역지정 이후 개발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아파트 외벽에 새겨 놓은 것. 시범아파트뿐만 아니라 한강변을 따라 장벽처럼 늘어선 서부이촌동 아파트 외벽에는 이 같은 표어들이 흉터처럼 남아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무산된 후 서울시가 새 개발 가이드라인을 올해 말까지 수립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서부이촌동의 갈등은 여전하다. 지은 지 20여년이 채 안 된 대림ㆍ성원아파트 등의 주민들은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개발에 찬성했던 주민들은 그동안 입었던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각기 다른 이해관계들이 상충하는 서부이촌동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비사업의 성격을 뛰어넘는 새로운 '재생'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공이 개발 이끄는 코디네이터 돼야=업계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됐던 가장 결정적 원인을 경기침체로 꼽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세워졌던 개발계획과 이를 이끌어가는 사업모델이 경기가 침체되면서 동력을 잃어버린 것. 특히 민간의 활력을 바탕으로 개발을 추진하는 우리나라 정비사업의 특성상 사업 무산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 같은 민간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대규모 도심개발사업은 도시재생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주도적인 역할도 공공이 담당하고 있다.

이미 지난 1900년대 후반부터 도시재생을 진행해오고 있는 영국의 경우 공공이 참여하는 도시재생회사(URC)가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중앙부처라고 할 수 있는 '잉글리시 파트너십(English Partnership)'과 도시재생 관련 예산을 배분하는 '지역개발기구(RDA)', 지방정부가 각각 3분의1을 출자해 설립하는 URC는 개발계획 설립부터 사업 추진, 민간 디벨로퍼와 주민과의 협의까지 개발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할한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을 맡음으로써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개발계획과 경기 등락에 관계없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도시재생특별법 제정…서부이촌동 첫 성공모델 돼야=우리나라도 이 같은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시재생특별법)'을 마련했다. 이 법은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도시환경정비사업, 도시개발사업 등 '정비사업'과 '개발사업'으로만 양분돼 있던 모델을 '재생사업'으로 통합한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법안이다. 특히 사업 추진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이해관계 상충 문제를 공공이 적극적으로 해결해가는 관리 체계 구축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도시재생특별법이 서부이촌동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서부이촌동처럼 이해관계가 다양한 지역의 경우에는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재생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법특별법의 제정으로 공공이 주도해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재생사업의 근간이 마련됐다"며 "서부이촌동의 경우에는 주거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는 근린재생형과 개발에 방점이 찍힌 경제기반형의 두 가지 모델을 혼합해 새로운 개발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개발안, 재원조달 방안 마련이 과제=공공 주도의 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서부이촌동의 경우에는 여건이 판이하게 다른 지역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체를 포괄하는 개발 청사진은 만들되 이해관계가 비슷한 지역들을 나눠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 전공교수는 "서부이촌동은 많은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전체 구역을 철거해 개발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며 "개발이 가능한 단위로 구역을 나눈 점진적인 개발을 통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답"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업단위를 나눠 서울시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시범아파트의 개발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있다. 인근에 성공모델이 나오면 나머지 구역들의 개발 압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원조달 방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도시재생특별법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민간 주도의 사업과 달리 도시기반시설과 사업추진 비용 등을 공공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도시재생사업의 재원을 조달하는 '도시재생기금'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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