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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무덤' 소비세, 아베는 넘어설까

■ 日 1일 소비세율 인상·경제대책 발표<br>소비세 건드렸던 내각 선거 참패 1997년엔 불황 늪으로 몰고가 이번에도 실패 땐 아베노믹스 끝<br>5조엔 규모 당근책 함께 내놔 세율 인상 따른 경기악화 상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6년 동안 역대 어느 정권도 건드리지 못했던 소비세율을 인상하기로 최종 결단을 내리고 10월1일 기자회견에서 이를 발표한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현행 5%인 소비세율은 8%로 오른다.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일본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8%(연율 기준)로 뛰어오르면서 아베 총리의 소비세율 인상 방침은 이미 지난달 초부터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뇌리에는 과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행된 소비세율 인상이 일본 경제를 깊은 불황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던 1997년의 쓰라린 경험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1997년과 같은 실패가 되풀이될 경우 아베노믹스와 모처럼의 경제회생 기회가 그대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1997년 4월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1994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정권이 결정한 대로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끌어올렸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급락했던 성장률이 1994~1996회계연도에 1.5%, 2.7%, 2.7%로 회복되자 재정재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소비세율 인상 이후 일본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거진 은행 부실화와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까지 겹쳐 일본 경제는 1997년 이후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경기급락으로 세율인상에도 불구하고 세수는 1997회계연도 당시 53조9,000억엔에서 1999년 47조2,000억엔, 2003년에는 43조3,000억엔으로 감소했다. 하시모토 총리는 이후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해 결국 1998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일본에서 소비세 문제는 하시모토 정권뿐 아니라 역대 정권을 줄줄이 선거참패와 정권붕괴로 내몬 '정권의 무덤'으로 불린다. 1989년 다케시타 노보루 내각은 3%의 소비세를 최초로 도입한 지 수개월 만에 붕괴됐다. 이 밖에도 1986년 간접세 신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외면을 받았고 민주당 정권에서 세율인상을 추진했던 간 나오토,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도 모두 단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이번 아베 총리의 소비세 인상이 일본 정계에 또 한번의 트라우마로 남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ㆍ재생상은 "만일 (소비세율 인상에) 실패하면 앞으로 15년간은 누구도 세금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며 "8% 인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10%인 2단계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기치카와 마사유키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997년의 참담한 기억은 여전히 일본 정치인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며 "경제가 무너지면 아베노믹스도 끝난다"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가 1일 소비세율 인상과 함께 기업에 대한 감세조치 등 대규모 경제대책을 함께 내놓는 것도 세율인상에 따른 경기악화를 상쇄하려는 의도다. 미국 정치권의 예산전쟁과 양적완화 축소 논란으로 글로벌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실시되는 소비세율 인상은 아베노믹스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30일 발표된 일본의 8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7% 감소하며 시장 예상치(-0.3%)를 크게 밑돌아 세율인상 이후 경기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아베 정부가 내놓는 5조엔 규모의 경제대책과 1일부터 도입되는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의 개인예금 유치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판 개인저축계좌인 NISA는 원금 100만엔까지 리스크 자산 투자의 수익이나 배당에 대해 5년간 세금을 감면해줌으로써 은행예금에 묶여 있는 1,600조엔 규모의 개인금융자산을 증시와 해외투자로 끌어내기 위한 제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제도실행으로 막대한 규모의 개인자산이 움직이면 증시호황과 해외투자자금 수요가 일으키는 엔저효과를 장기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연간 5조~6조엔이 증시로 유입되고 해외투자자금 유출로 내년에만도 엔화가치가 달러당 4엔가량 추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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