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시간에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수 없다고요? 그럼 한국 게임회사들은 어떻게 수익을 내나요?"
13일(현지시간) 북미 최대 게임 전시회 'E3'가 열린 미국 LA컨벤션센터.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게임 마니아들로 전시장은 아침부터 북적댔다. 총싸움 게임에 등장하는 저격수 복장을 입은 대학생에서부터 마녀로 분장한 아이들까지 게임을 대하는 이들의 애정은 유별났다.
아이 손을 잡고 전시회를 찾은 제프 케네디씨도 그중 한사람이었다. 전시부스 곳곳을 아이들에게 끌려다니던 그에게 자녀의 게임 이용시간을 정부에서 통제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더니 예상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미국에서는 인권침해라며 당장 난리가 날 겁니다."
다음날 LA 시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 출시 예정인 신작 온라인 게임을 소개한 미국 게임업체 밸브의 부사장급 임원은 셧다운제 대응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동안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통역이 셧다운제의 개념을 설명하자 고개를 이내 끄덕였지만 그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적잖이 교차했다.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본격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여성가족부는 2011년 11월 만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했고 이듬해 7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도 학부모가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임의로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의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셧다운제 도입 이후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문제가 줄어들거나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게임 접속만 막으면 게임 과몰입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정책의 결과다.
정부가 잇따른 게임 규제 칼날을 거둘 기색이 없자 국내 게임업체들은 아예 해외에 자회사를 세우거나 경쟁력 있는 해외 게임 수입에 나서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용창출과 국부유출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불리는 게임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게임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게임 규제를 둘러싼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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