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 부총리는 너무 억울할 것이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하라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지 모른다. 다른 것도 아니고 리더십을 거론하니 경제정책의 수장으로 체면이 영 아닐 법하다. 그나마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들은 후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개운치는 않을 것이다.
사실 총량만 놓고 보면 현 정권 출범 후 나온 경제정책은 양으로나 질로나 역대 어느 정권보다 뛰어났다. 매머드 추가경정예산에서부터 4ㆍ1 부동산대책과 기준금리 인하, 기업투자활성화 대책 등 경기를 띄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꺼냈다. 참여 정부 당시 이헌재 전 부총리가 취임한 후 릴레이로 꺼냈던 부양책보다도 오히려 더 강했다. 그런데도 국민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않으니 가슴을 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럼 왜 이리도 여론은 싸늘할까.
뚱딴지 같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의 외양을 얘기한다. 현 부총리의 얼굴은 무척이나 인자하다. 시골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같다. '카리스마 관료'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 전 부총리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다. 사람이 너무 순해 보이니 리더십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것은 비논리적이고 지극히 피상적이다.
그럼 왜일까. 부동산대책처럼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일까. 그 또한 단편적이다. 기자가 볼 때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너무 정직한 탓이다.
현 부총리의 측근들은 그가 타인을 향해 속된 말로 '사기'를 치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세무대학장이나 무역연구원장,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연구'와 관련이 있는 곳에 자리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성격은 부총리 수행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고위 관료는 "부총리가 정책 발표자료를 연구보고서 내놓듯 한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정책을 내놓았으면 과장되더라도 '플러스 알파'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야 하는데 현 부총리에게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단골처럼 "역사가 알아줄 것"이라는 표현을 썼던 전직 고위 관료를 떠올리면 현 부총리는 순박함을 넘어 촌스럽다.
실제로 그의 발언에는 수사(修辭)도 현학도 없다. 취임 후 수없이 많은 간담회 자리를 가졌건만 그의 발언에는 어떤 사족도 없다. 살은 없고 뼈만 있다. '생긴대로'란 말이 딱 어울린다.
하지만 이는 연구원장과는 어울릴지 몰라도 부총리와는 맞지 않는 모습이다. 경제 수장은 경제 주체의 흥을 돋우게 해야 한다. 수백개 정책보다 중요한 것이 말과 행동으로 국민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것이다.
부동산대책만 해도 그렇다. 대책을 내놓았으면 동네 부동산이라도 찾아 그럴싸한 말을 섞어가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줘야 한다. "시장이 정상화의 경로에 들어서고 있으니 걱정 말고 집을 사도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시장이 움직인다. 그것은 오만이나 과장이 아니라 리더가 온당해야 할 책무다.
'경제는 심리'라는 것은 경제학의 제1원칙이지 않는가.
현 부총리는 이달 초 지방 순회일정을 가졌다. 수없이 많은 말이 나왔지만, 언론은 기업인을 업어주는 모습만을 주목했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기대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쇼맨십'이더라도 국민은 부총리가 환하게 웃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외치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정책의 정치화'요, 감동을 주는 정책이다.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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