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실시해 온 일련의 유동성 조절 대책이 각급 지방정부와 국영은행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들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의 사회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가 표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는가 하면, 국영은행들은 주식 매각 등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지방정부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사업이 지체될 위기에 처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31개 성ㆍ시ㆍ자치구 가운데 26곳은 올해 사회기반시설 투자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앙정부의 대출규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최근 시중은행에 지방정부의 재정이 투입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엄격히 해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자본금이 없거나 지방재정을 담보로 한 사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중국 언론 등의 추정치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각지의 지방정부에 대출해준 금액은 최소 6조 위안에서 많게는 11조 위안(약 1,870조원)에 달한다. 중앙정부의 채무 규모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지방정부들은 이 같은 자금을 댐이나 교량 건설 등에 투입해왔지만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빚독촉을 받을 상황에 처했다. 물론 이는 거품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경제성장에는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는 지난 1월 "어설프게 규제할 경우 지방정부들이 채무를 갚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은행 부실자산의 증가로도 이어진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밖에 지방채 시장도 활기를 잃고 있어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지방정부의 채권발행 규모는 총 1,212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두 배가 늘었지만, 3~4월 이후에는 감소 추세다. 이 역시 중앙정부가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을 규제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한편 은행들도 대출규제의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방정부나 부동산투기꾼들로부터의 이자수익이 줄어든 중국 국영은행들이 주식매각과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영은행들이 최근 발표한 자금조달계획은 총 760억 위안 규모다. 지난 23일 자오퉁(交通)은행과 자오상(招商)은행은 상하이와 홍콩에서 신주 발행을 통해 각각 400억 위안, 220억 위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씨틱은행, 화샤(華夏)은행 등도 조만간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궈타이쥐난(國泰君安) 증권의 위융강(吳永剛)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들은 2011년 말까지 상하이ㆍ선전ㆍ홍콩 등지에서 4,100억 달러를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