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뛰어난 리더로, 때로는'동남아시아의 작은 히틀러'로 불린다. 리콴유는 1959년부터 1990년 퇴임까지 총리로 재임하면서 400달러 수준이던 1인당 GDP를 1만2,750달러로 끌어올렸다. 말레이반도 끝의 작은 섬나라였던 싱가포르는 그사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리콴유 전 총리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강력한 억압 통치 때문이다. 올해로 만90세를 맞는 그에 대해 서구 언론도 호의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았다.'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그를 두고'동남아시아의 작은 히틀러'라 논평했고, 여타 지면에서도 싱가포르는 태형과 벌금의 나라라는 꼬리표를 달고 소개했다.
'아시아·태평양 언론 네트워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미국 언론인 톰 플레이트는 해석이 엇갈리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에 돋보기를 대고 한 인물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헤친다. 2009년 진행된 독점 인터뷰 자료를 토대로 했다.
저자는 리콴유 전 총리의 일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로'생존'을 꼽는다. 영토 분쟁이 쉼 없는 국가를 이웃으로 둔 인구 530만 명의 작은 나라, 거기에 인구의 3분의 2가 중국인이라는 현실 앞에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거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또 리콴유를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현대에 구현한 실용주의 정치가로 규정짓는다. 리콴유가 다른 정치인을 평가한 코멘트나 정책 입안 스타일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리콴유는 지미 카터를 미국 대통령 중 최악으로 평가한다. 1979년 오일쇼크와 관련한 카터 대통령의 연설이 미국인들을 낙담시켰다며"리더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자극하는 자리지 자신의 복잡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소신을 드러낸다. 플랜 A가 작동하지 못하면 신속하게 플랜 B로 옮겨가는 리콴유는"내겐 막다른 골목이 없다"고도 말한다.
책은 이처럼'현대 아시아의 현자' 혹은'소프트 독재자'로 평가가 엇갈리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일화와 철학을 녹여낸 대담집으로,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서도 찬찬히 곱씹게 한다.'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저자는 '아시아의 거인들'(Giants of Asia) 시리즈 첫 결과물인 이 책에 이어 앞으로 2권 마하티르 모하마드(말레이시아 역대 최장수 총리) 편, 3권 반기문(UN사무총장) 편을 출간할 예정이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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