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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어이없는 착각의 내용

제9보(118~134)



제1국을 두던 날. 이세돌은 새벽 2시30분에야 백담사에 도착했다. 몸은 무거웠다. 이틀 전에 사정없이 퍼마신 술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다. 26세의 뜨거운 청춘이라고는 해도 만취의 후유증은 어쩔 수 없었다. 사진을 찍으러 현장에 갔던 시인 박해진의 말에 따르면 이세돌은 앓고 일어난 사람처럼 보였다고 한다. 폭포에서 몸을 날린 이후의 전말이 본보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포인트는 이세돌의 어처구니 없는 착각이다. 우선 수순을 천천히 눈으로 따라가 보자. 흑은 33까지로 백 2점을 잡는 전과를 올렸다. 흑집이 4집 생겼고 원래 그곳에 생길 백집이 몇 집 없어졌다. 그 보상으로 백이 얻어낸 것은 백30의 즐거운 돌출이었다. 이 돌출을 집으로 환산하면 대략 15집에 해당한다. 이 것으로 집의 균형은 깨어졌다. 그렇다면 흑은 돌을 던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세돌은 돌을 던지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백대마가 아직 완생이 아닙니다. 흑은 사방에 세력이 있으니까 이 백대마를 다 잡으러 갈 겁니다. 살면 무조건 백승이고 잡히면 그야 물론 흑의 대승이지요."(김영삼) 이세돌이 착각한 것의 내용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5였다. 실전보의 흑25로 27의 자리에 둔다는 얘기. 백이 2로 끊으면 흑은 3,5로 두어 하변을 몽땅 흑의 집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는 것. 백이 A로 따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이세돌이 궤도수정을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후일 청소년 기사들이 찬찬히 연구분석한 바에 따르면 애초에 흑이 군말없이 30의 자리에 받아두었더라면 반집이라도 흑이 이긴다는 결론이었다. "이세돌의 강심장에는 그저 놀랄 뿐입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초식으로 사냥에 나서고 있습니다."(김영삼) 이세돌이 착각했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는 김영삼은 연신 감탄을 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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