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30으로 창하오는 대마를 살렸다. 그러나 앞에서 강동윤이 지적한 대로 자세가 영 말이 아니다. 근근이 목숨은 부지했지만 실속이 제로에 가까웠다. 이세돌은 때를 놓치지 않고 흑31로 실속을 챙기고 흑33, 35의 선수 끝내기까지 해버렸다. 이곳에서 흑이 공짜로 얻어낸 실리가 무려 5집. "원래는 흑의 집이 생길 자리가 아니었어요."(강동윤) 강동윤이 사이버오로 생중계실에 올린 가상도는 참고도1의 백1 이하 9였다. 물론 이 그림은 백이 너무도 멋지게 수습된 모습이므로 흑이 어느 수순에선가 변화를 구하겠지만 어떻게 변화하든지 흑이 상변에서 공짜로 5집을 챙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 와서는 흑의 승리가 확실합니다."(홍민표) 흑39로 지키자 중원에 10집 이상의 흑집이 붙을 전망이다. 비로소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절감했는지 창하오는 백44로 깊숙히 침투했다. "너무 깊어요. 백이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창하오가 자기 명을 재촉하고 있어요."(홍민표) 흑45가 놓이자 백은 좌우를 동시에 수습해야 하는 다급한 입장에 놓였다. 창하오는 오른쪽 백 5점이 떨어지는 것을 짐짓 외면하고 백50으로 공세를 취했는데…. 강동윤은 참고도2의 흑1 이하 7을 척척 놓아 보이며 말했다. "좌변 흑이 크게 살았습니다. 카메라맨을 부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카메라맨을 부르시지요"는 일본의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가 불계패를 선언하는 말 대신에 늘 썼던 표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