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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8·31敎'의 종말론
입력2006-09-20 17:05:41
수정
2006.09.20 17:05:41
“투기라는 악을 물리치고 ‘8ㆍ31교’의 세계가 곧 올 것입니다. 투기의 종말에 대비해 국민들은 ‘8ㆍ31교’를 믿으십시오.” 지난해 결성돼 대대적인 교세 확장을 하고 있는 신흥종교인 ‘8ㆍ31교’가 설파하는 교리다.
‘8ㆍ31교’는 최근 ‘투기시대의 종말’이라는 교리책까지 만들어 교도들을 모으고 있으며 이 종교의 지도자들은 연일 전지전능한 교리에 도전하는 악의 세력들에 맞서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며 대중들에게 설파하고 다니고 있다.
이들의 교리책에는 지금까지 ‘투기 종말론’을 내세운 여러 종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교리에 원칙이 없이 오락가락하다가 실패했다고 깎아내리고 우리의 교리는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반드시 투기의 종말을 이뤄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다소 고지식한 교리와 무리한 헌금 요구로 인해 ‘전세난’과 ‘고분양가’ ‘지방건설시장 붕괴’라는 피해자가 나타난 것. 그리고 내부에서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려면 교리를 다소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도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이 종교의 지도자들은 “어떻게 유일신인 ‘8ㆍ31신’을 부정하냐”며 “우리의 교리는 한 자도 고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전세난ㆍ고분양가는 예전부터 있었던 것인데 악마(투기)를 신봉하는 언론이라는 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기 위해 과장하는 것이라며 폄훼하고 있다.
실제 정부의 태도를 보면 ‘8ㆍ31정책’을 종교처럼 신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3년 마이너스였던 전국 집값 상승률은 8·31대책이 나왔던 지난해와 올해 급등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평균 4% 상승률을 보였으나 올해 8월까지 벌써 4.1%나 뛰었고 서울 아파트 값은 9.3%나 올랐다. 정부의 주장대로 8ㆍ31정책이 지금부터 위력을 발휘해 앞으로는 집값 급등이 없다고 치더라도 고분양가에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 등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한가지 정책이 효과를 볼 때까지 꾸준하게 추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책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오류는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아무리 8ㆍ31정책의 기본 취지가 옳다고 하더라도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국민들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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