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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쓸개가 없는 사람입니다. 허허허."
서울 강남구 논현동 EG건설 본사에서 만난 김용상 대표는 이렇게 뜬금없는 첫마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쓸개가 없다'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인터뷰가 쑥스럽다"며 연신 어색해 했지만 EG건설 소개부터 해달라고 부탁하자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회사를 알렸다.
"아직은 우리 아파트 브랜드를 아는 이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원(The 1)'이라는 브랜드를 내걸었다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완벽한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그리고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아파트를 만들다 보니 후발주자임에도 지금은 꽤 많이 알려진 브랜드가 됐습니다."
EG건설의 전신은 지난 1978년 라인개발 주식회사로 출발해서 1990년대 호남지역 도급순위 2위에 오를 만큼 활발한 사업활동을 벌였던 라인건설이다. 라인건설은 당시만 해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애프터서비스반 운영, 단지 내 수영장 설치, 3가구 동거형 평면 개발 등 상품개발에 힘을 기울였던 건설사였다. 하지만 불현듯 찾아온 IMF를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1998년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그 라인건설의 창업주가 1998년 다시 세운 건설사가 2002년 EG건설 이름을 바꾼다. 김 대표는 EG건설을 주택명가의 위치까지 올려놓았다.
◇장수 CEO 비결은…'긍정의 힘'=김 대표가 EG건설의 대표직을 맡은 것은 1999년. 14년 동안 EG건설을 이끌어왔다. 강산이 한번 하고도 반은 바뀐다는 그 긴 기간 대표이사직을 이어온 비결은 뭘까.
그는 "직원들이 잘 도와준 덕분"이라는 다소 심심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내 그는 "중견기업의 가장 강점은 의사결정이 빨라 틈새시장을 적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런 장점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지만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무조건 부딪힌다는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일을 해오다 보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어떤 어려운 문제도 부딪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 그가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오늘보다는 내일을 준비해라"는 말도 그의 긍정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알 수 있게 한다.
그의 긍정적인 면모는 개인사(史)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쓸개가 없다는 그의 아리송한 첫마디도 사실 큰 병을 이겨내고 난 뒤에 나온 담담한 표현이었을 뿐이다.
"원래 당뇨가 있어 동네 병원을 계속 다녔는데 잘 낫지 않더라고요. 집사람의 말을 따라 병원을 옮겼더니 신장에 3.8㎝의 종양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진을 받아보니 암이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무덤덤했습니다.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암이라는 큰 병이었음에도 그는 "다행히 초기였고 그 때문에 쓸개의 담석까지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천운이었다"며 담담하게 전했다.
◇40명 조직으로 아파트 1만5,000가구 공급=대표이사의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는 조직 전체에 확산됐다. 직원이 불과 40여명에 불과한 EG건설은 그동안 20여개 단지에서 1만5,000여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공급했을 만큼 '일당백(一當百)'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직원들이 저와 같은 경영자적 마음가짐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항상 열린 마음을 갖고 매사 긍정적으로 일을 바라보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죠. 막히는 것도 많았고 규제도 많았던 옛 시절 이야기를 하며 직원들과 사안마다 필사적으로 부딪혀왔습니다."
하지만 채찍질만이 그의 경영수단이었던 것은 아니다. '쓸개가 없다'는 그의 표현처럼 그는 매일 아침 실무팀장들과 티타임을 가질 만큼 직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경영인이다.
그는 "방문을 항상 열어놓지만 직원들이 선뜻 내 방으로 들어와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며 "그래서 내가 직접 직원들에게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철저한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속에 사업을 수행한 것이 1만5,000여가구나 되는 아파트 분양 성공의 비결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입주자 찾아가는 CEO=이와 함께 성공의 비결이 된 것은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전 임직원의 열정이었다. 상품성 개선에 주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소비자들이 '더원'이라는 아파트를 알아주더라는 것이 김 대표의 전언이다.
"누구든 우리 아파트에 대해서 물으면 '판교 이지더원'으로 데리고 갑니다. 지방건설사에 불과했던 EG건설이 본격적으로 전국적인 주택건설업체로 올라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단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단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판교 이지더원은 당시만 해도 수도권에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임에도 최고 369대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분양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자투리공간을 활용한 '포켓발코니'는 아직까지도 입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아파트를 짓다 보면 어느 정도의 하자는 어쩔 수 없고 판교도 그렇다"며 "하지만 이지더원 입주민들은 오히려 '이렇게 좋은 아파트를 지어줬는데 그 정도는 하자랄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자랑했다.
특히 그는 여느 경영인과 달리 그 같은 주민들의 반응을 본인이 직접 각 단지들을 발로 찾아다니며 듣는 남다른 경영방식을 갖고 있다. 또 분양 전에도 실제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경영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분양을 앞두면 인근에 사는 주부들 50여명을 모니터요원으로 고용한다"며 "공급자 마인드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아파트를 짓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아파트 구입에 대한 위험요인을 없애기 위해 '무차입경영'을 고집할 만큼 김 대표는 수요자편에 선 공급자이기도 하다.
◇"아파트 외길 이어갈 것"=EG건설은 주택사업 때문에 중견건설사들의 도산이 잇따르는 최근까지도 '아파트 외길'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올해만 9,000가구를 분양하는 등 공격경영을 펴고 있기도 하다. 김 대표는 "토목사업, 특히 조경 쪽 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도 "무엇보다 최고의 아파트를 짓기 위한 길에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현장을 찾다 보면 우리 아파트를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에 항상 보람을 느낍니다. 그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 싸면서도 품질ㆍ평면 등이 좋다는 말을 듣는 것도 기분이 좋습니다. 항상 수익보다는 상품의 질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집을 만들다 보면 그처럼 소문도 나게 되고 결국에는 1등 아파트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 대표의 마지막 말에서 이문을 많이 남기기보다는 거주자가 만족할 만한 아파트를 만드는 데 더 큰 열정을 쏟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 김용상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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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더원 아파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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