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재정 악화를 이유로 보험료율 인상을 계획해왔다. 하지만 한 달 만에 황급히 한발 물러선 이유는 예상보다 여론의 반발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최근 중산층 근로소득자의 소득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하다 여론의 거센 반발이라는 후폭풍을 맞은 경험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정부는 '제3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서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수령액 조정 등의 제도 개선 없이 현행대로 국민연금이 운용될 경우 2060년이면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요율 인상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고 지난달 위원회가 다수 의견으로 인상안을 채택하며 사상 첫 요율 인상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역풍은 거셌다.
요율 인상에 반대하는 측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서민 부담이 증가하고 부과 방식 개선 같은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보험료율 동결을 주장했다. 또 매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공무원ㆍ군인 연금과 달리 국민연금만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재정 안정성을 꾀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이 중산층 납세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지며 거센 반발을 불러온 데 따른 정부의 부담도 컸다. 국민연금 역시 모든 근로자에게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준조세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이 이는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안까지 거론되자 정부가 매우 부담스러워했다"며 입장을 바꾼 배경을 전했다.
위원회는 오는 21일 국민연금공단이 주최하는 공청회에 이번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전업주부의 국민연금 수급 권리 강화안도 정부에 권고하기로 했다. 현재 결혼 전 직장에 다니며 국민연금을 납부한 기간이 10년이 안 된 여성은 결혼 뒤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아울러 노령ㆍ유족ㆍ장애연금의 중복 수령 제한규정 완화 등도 정부에 권고된다.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별도의 독립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담은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의 논의 결과도 함께 공개된다.
국민연금법은 제도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위해 5년마다 재정을 추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이번 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