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 침몰과 컬러TV 대중화. 두 사건은 40여년의 시차를 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데이비드 사노프(David Sarnoff)라는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파의 황제’로도 불리는 그는 라디오와 TV의 선구자. 1891년 러시아 민스크에서 유대인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1900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뉴욕 빈민촌에서 자랐다. 15세 때 부친이 사망하자 랍비가 되려던 꿈을 접고 신문가판원을 거쳐 마르코니사 사환으로 들어갔다. 무선업무를 어깨너머로 배우면서도 도서관과 대학을 찾아다니며 수학과 물리학을 홀로 익혔다. 야심차게 미래를 준비하던 그는 1912년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타이타닉호 침몰 순간에 72시간 동안 구조 무선전파를 보냈기 때문이다. 주고받은 무선신호를 분석한 원고를 신문에도 실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영국계 마르코니사가 미국기업화하며 RCA로 바뀐 1919년 사업국장에까지 올랐다. 사노프는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세웠다. 라디오를 전국적으로 보급한다는 그의 계획을 모두 반신반의했지만 권투 중계와 음악 송출, 라디오 기기 제작 판매로 RCA는 돈방석에 앉았다. 1930년 사장에 취임한 그는 대공황으로 매출이 반감하는 경영난에도 TV라는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늘렸다. TV 보급이 한창일 때 2차대전이 터지자 자원입대해 통신부대를 지휘하다 종전과 함께 준장으로 예편한 그는 컬러TV 개발과 보급에 연달아 성공하며 RCA를 세계적 대기업으로 키웠다. 1969년 은퇴해 1971년 12월12일 80세로 사망하기 직전, 그는 ‘전파의 발달과 인간의 진보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역경을 넘고 불황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한 그 같은 사업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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