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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룰 경쟁이 시작됐다. 당 혁신위원회가 차기 총선 공천 심사를 위해 외부인사로 꾸려지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가운데 비노계 유성엽 의원이 당 차원의 공천심사제도를 거부하며 자체 공천안을 발표한 것이다. 당 혁신위도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 등 공천 평가기준 발표를 앞두고 있어 혁신위에 대항하는 비노 의원들의 저항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의 공천심사평가위원회를 해체한 후 선거인단에 의한 경선을 도입하자는 내용의 자체 공천안을 발표했다. 유 의원은 "지도부가 과감하게 공천권을 내려놓으면서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정치 신인의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함에 혁신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숙의 선거인단을 꾸리고 후보자 간 토론회를 본 후 선거인단 투표로 최종 결선 진출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민등록번호 또는 휴대폰 안심번호를 통해 무작위로 추출한 선거인단을 꾸리고 선거인단의 '숙의' 과정을 거쳐 후보자를 평가하고 직접 비밀투표로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혁신위의 선출직공직자평가제도가) 객관적 설계에 의해 의원들의 정성적 평가를 할 수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지만 자의적이고 주관적 평가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숙의 선거인단' 경선은 대의 민주주의가 지닌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돼온 '숙의 민주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자신의 공천 방식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유 의원의 공천 방식은 당 차원의 "공천 심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혁신위가 발표한 선출직공직자평가제도 구상은 물론 향후 발표될 공천 심사기준 자체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무총장제 폐지 등 일부 혁신안이 지난 20일 예상보다 무리 없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비노계가 풀이 죽은 상황"이라며 "혁신위의 공천안 발표를 앞두고 비노계가 부담을 느끼고 당의 공천 평가를 거부하는 자신들의 안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8월 중순께 공천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한 문재인 대표와 비노의 공천 룰 선점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는 이미 6월 당 지지도와 현역 의원 간의 지지도 간 대비 등 교체지수를 개발해 적용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당시 비노 진영은 호남의 경우 당 지지도가 높은 대신 현역 의원들이 당 지지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비노·호남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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