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개성공단 공장을 돌리지 못한 기업들은 납기를 지키지 못하거나 바이어가 이탈하는 타격을 입었다. 문 닫힌 공장에서 원부자재와 생산품은 삭아가고 설비는 고철로 변하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통일부가 확인한 입주기업의 피해액만도 7,000억원이 넘는다. 공단이 폐쇄되면 그동안 투자한 2조5,000억원도 허공으로 날아간다.
사정이 급박한 만큼 남북은 격(格) 문제로 좌초한 당국회담이나 실무회담에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북측이 설비점검을 위한 기업인 방북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만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북한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가는 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을 정상화할 뜻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데 있다. 북한은 남한 정치권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공방 끝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일부를 공개하자 “최고 존엄을 모욕당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겉으로나마 지난달 7ㆍ4공동성명을 함께 기념하자고 제안하는 등 대화의 손짓을 접지 않았다. 공동성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전 주석의 합작품이다. 남북이 공유하는 유산인 공동성명의 정신이 개성공단 정상화와 폐쇄 중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고 실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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