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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흔만 남기고 끝난 김병관 '38일 버티기'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22일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수많은 의혹과 거짓말 논란, 여기에 성추문에 휩싸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사퇴까지 불거지자 더는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다. 신뢰를 잃은 장관이 국가안보를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진사퇴 직후 곧바로 김관진 현 장관을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도발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 엄중한 시기에 더 이상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그럼에도 김 내정자가 남긴 상흔은 너무도 깊다. 우선 사퇴시기가 한참 늦었다. 부적격 지적은 박 대통령(당시 당선자)가 그를 지명한 직후부터 터져 나왔다. 부동산 투기, 증여세 탈루, 무기상 로비스트, 보유주식 누락 등 쏟아지는 의혹과 거짓말을 감안하면 진작에 물러났어야 했다. 그럼에도 '결백하다'며 버텼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는데도 국가안보를 책임질 국방부 장관 자리는 38일간이나 비어 있었다. 안보불안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9%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취임식 직후(6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새 정부 초기 국정에 드라이브를 걸어도 모자랄 판인데 김 내정자의 도덕성 논란에 발목이 잡힌 꼴이다.



인사검증 시스템 역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자 중 낙마한 사람은 청문회 대상만도 김용준 전 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4명이나 된다. 김 전 법무부 차관과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까지 포함하면 6명으로 늘어난다. 총체적 인사부실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김병관 내정자의 사퇴와 김관진 장관의 유임은 밀어붙이기 인사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고 국민행복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시행착오가 없어야 한다. 소통의 정치가 인사는 물론 새 정부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가장 중요한 척도라는 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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