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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맞아 극장가 상차림이 풍성하다. 가족 관객을 위한 애니메이션부터 연인을 위한 로맨스 영화까지 어느 때보다 많은 영화들이 앞다투어 개봉한다. 특히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 주말 무려 9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한 것을 시작으로 최대 20여편이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역시 '웃음'이 제일이라면 ◇퀴즈왕= 장진 사단이 한꺼번에 찾아왔다.'퀴즈왕'은 장진 감독을 앞세워 한재석ㆍ김수로ㆍ임원희ㆍ류승룡ㆍ신하균ㆍ정재영 등 배우들이 총출동한 코미디 영화다. 아무리 대단한 퀴즈 고수가 나와도 마지막 문제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방송 이래 단 한번도 우승자가 나온 적이 없어 133억원의 상금이 쌓인 퀴즈쇼. 여기에 마지막 문제의 정답을 우연히 알게 된 15명의 사람들이 도전한다는 내용이다. 순제작비가 3억 5,000만원에 불과한 것을 반영하듯 영화 스케일은 크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주연이 없이 등장하는 수십 명의 연기자들이 끊임없이 소소한 웃음을 준다. 단, 유머 코드가 장진 감독과 다른 사람은 지루할 수도 있다. ◇시라노-연애 조작단= 오랜만에 찾아온 로맨틱 코미디다. 연애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을 도와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만드는 연애조작단 '시라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바꿔주는 4명의 데이트 코치가 한 팀으로 구성돼 독특하고 기발한 '연애 작전'을 선보인다. 엄태웅ㆍ이민정ㆍ최다니엘ㆍ박신혜 등 젊은 연기자들이 등장해 무난한 연기를 보였으며 송새벽ㆍ박철민 등의 조연들도 웃음을 주는데 일조했다. '광식이 동생 광태'를 연출했던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촘촘하면서도 유쾌하게 연애 심리를 전달한다. ◇해결사= 액션과 코미디가 뒤섞인 설경구표 영화. 흥신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가 평범한 의뢰라고 생각하고 급습한 불륜 현장에 한 여자가 죽어있는 걸 발견하고 범인으로 몰리게 되고 주인공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쾌ㆍ상쾌ㆍ통쾌'한 액션 영화를 표방했다는 설경구의 말처럼 영화는 액션 속에 코미디를 녹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어디서 본 듯한 설경구의 모습이 반복된다는 의견도 있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에서 일했던 권혁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설경구 외에 이정진과 오달수, 송새벽 등이 출연했다. 뭐니뭐니 해도 '스케일'이라면 ◇무적자= 홍콩 느와르의 대명사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 순제작비만 100억원이 넘게 투입됐으며 송승헌ㆍ주진모ㆍ조한선ㆍ김강우 등 '때깔 좋은' 남자 배우들이 총출동해 '남자들의 세계'를 그렸다. 어릴 적 헤어진 탈북자 형제는 무기밀매 조직의 보스와 경찰로 마주치고 형제보다 더 진한 우정을 쌓은 친구는 조직 내 배신으로 위기를 맞는다. '파이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갈등구조를 만들었고 부산과 태국을 넘나들며 한국판 '영웅본색'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랑프리= 드라마 '아이리스'로 지난 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양윤호 감독의 작품. 경마를 소재로 했으며 김태희와 제대 후 처음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양동근이 주연을 맡았다. 경주 도중 사고로 말은 물론 자신감까지 잃게 된 기수가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다시 한 번 달릴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긴박감 있는 경주 장면이나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한 김태희의 화보 같은 모습은 볼만하나 2010년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낡은 감성의 대사나 뻔한 줄거리가 흠이다. ◇레지던트 이블4:끝나지 않은 전쟁 3D= 영화가 4편까지 만들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독창적인 스토리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없지만 '레지던트 이블4'는 오락영화로서는 제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린 세상. 좀비들이 득실대고 생존자가 몇 명 남지 않는 이곳에서 주인공인 여전사 '앨리스'는 생존자들을 데리고 탈출에 나선다. 딱히 복잡하지도 않고 극적인 내용도 없지만 화려한 화면 덕분에 영화는 긴장감을 준다. 슬로우 모션과 3D 효과를 적절히 이용해 오락영화로서 쾌감을 극대화했다.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가 다시 출연했고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로 우리나라에서 '석호필'이라는 별명을 얻은 웬트워스 밀러가 출연했다. 어른도 만족하는 3D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착한 사람만 주인공이었던 애니메이션 세계에도 악당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영화 '슈퍼배드'(super bad)는 제목 그대로 '최고로 나쁜' 악당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이야기다. 각 나라의 대표 명소를 훔친 주인공 '그루'는 세계 최고의 악당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절대 훔칠 수 없는 '달'을 훔치기로 하고 이 과정에서 고아원의 세 소녀를 양육하게 된다. 가장 어려운 일은 악당이 되는 게 아니라 소녀들을 키우는 일임을 알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는 웃음과 감동을 준다는 평가다. 3D로 만들어졌으며 한국어 더빙은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이 맡았다. ◇캣츠 앤 독스2= 2001년 개봉해 성공을 거둔 '캣츠 앤 독스'의 속편. 개 일당과 고양이 일당의 대결을 코믹하게 그렸던 1편에 이어 미친 고양이에 맞서 개와 고양이가 연합작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동물 첩보극'이라는 코믹한 장르를 내세우고 있으며 '007'시리즈와 '본'시리즈, '미션 임파서블'시리즈 등의 패러디로 웃음을 자아낸다. 2D로 만들어진 영화를 한국 업체가 참여해 3D로 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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