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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다시 인문학이다


미국 또는 미국인이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가치와 자산 가운데 명문 하버드 대학과 얼마 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그 중심에 있다. 반지성주의가 횡행하는 요즘 이 두 최고의 기관, 기업이 뜻밖에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해 우리의 주목을 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전기로 잘 알려졌지만, 스티브 잡스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접목을 누구보다도 강조한 창조적인 몽상가였다. 명문 하버드 대학교의 첫 여성총장이 된 드루 길핀 파우스트는 취임사에서 역사학자답게 대학에서 쇠락해가는 인문학의 부활을 선언했다.

인문학에 관해 한국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에서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이 위축되고 급기야 폐지되는 지경에 이른 지 이미 오래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인문학 동호회 같은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도 학생들 대신 일반인들을 상대로 인문학 특강 시리즈를 개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다시 인정되는 인문학의 가치가 대학에서 다시 순수하게 회복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의 삶이 지금 너무 물질주의ㆍ쾌락주의ㆍ반지성주의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왜 존재하는가. 이 문제를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가 스마트 문화에 빠져들면서 우리의 삶이 교양 없고, 인간미 없고, 도덕 없고 질서 없이 재미만 있는 야만사회로 치닫고 있음을 돌이켜볼 때 지금이야말로 돈 안 되는 인문학을 소생시킬 때다. 인문학은 결국 인간학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라면 인간을 잘 알게 하는 인문학이야말로 그 바탕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인문학 특강 시리즈를 여는 것은 인간을 소재로 하고 주제로 삼는 연극에서 그 중요성이 더 없이 크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대학의 안팎에서 컨서버토리(Conservatoryㆍ예술학교)가 왜 일반대학을 따라 가느냐고 묻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 일반대학이 인문학을 열외시하는 지금의 교육적 풍토에서는 예술이 그에 대항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예술이 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가장 확실하게 담보하는 장치일진데 인간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넓혀 진정한 행복의 길로 인도하는 인문학은 예술의 시작이요, 그 완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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