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조업 부문 전체 사업체 중 영세 소기업의 비중은 82.0%(2009년)로 일본(52.5%), 미국(50.8%)에 비해 매우 높다. 영세 소기업은 종사자 수가 10인 미만인 아주 작은 기업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영세 소기업 비중은 지난 10년 이상 계속해서 높아져왔다.
제조 영세 소기업 비중 너무 높아
기업 규모가 영세한 기업은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기업 내에서도 규모가 좀 더 큰 다른 중소기업에 비해서 평균적으로 노동 생산성이 낮고 임금 수준도 낮다. 그래서 영세 소기업 비중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비중이 자꾸만 높아지는 소위 영세 소기업 편중 현상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영세 소기업 비중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창업은 활발한 데 비해 영세한 창업기업이 소기업ㆍ중기업ㆍ대기업으로 활발하게 성장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작은 시장에 창업해서 들어오는 신참 기업 수는 많은데 규모가 커지면서 영세 소기업이라는 울타리에서 졸업해나가는 기업 수는 적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세 소기업 간 과당경쟁이 불가피하다. 과당경쟁은 영세 소기업의 이윤 창출과 성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 결국 영세 소기업 간 과당경쟁→성장의 어려움 가중→영세 소기업 편중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영세 소기업 비중 증가에 따른 부작용은 과당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영세 소기업은 당장 경쟁력이 취약해 어쩔 수 없이 규모가 큰 기업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작고 성장성이 낮은 시장으로 몰린다. 그러다 보니 제조업 내에서도 유독 시장 규모가 작고 성장성이 부진한 업종일수록 영세 소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남들이 욕심을 내지 않는 규모가 작고 성장성 낮은 시장에서 창업하기는 쉽다. 그래서 영세 소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시장에서 성장하기란 너무도 힘겹다.
영세 소기업의 눈으로 보자면 기업 성장의 길은 참으로 멀고 험난하다. 어렵게 창업을 하고 나면 작고 과당경쟁인 시장에서 어렵게 경쟁해야 한다. 창업 기업의 50% 이상이 이 협소하고 과밀한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도태한다. 과당경쟁 시장을 힘들게 벗어나서 중기업으로 성장했다 싶으면 이젠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그것도 그냥 대기업이 아니라 이른바 대규모 기업 집단의 계열사이거나 글로벌 대기업이다. 이쯤 되면 창업 중소기업의 99%는 더 이상의 성장을 못하고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지난 30여년간 대기업 위주 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이다.
中企 지원기준 더 엄격하게 정비를
그렇다면 영세 소기업 편중 현상을 완화할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창업 기업체 수를 늘리는 데 치중하는 창업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이러한 양적인 창업 정책은 가뜩이나 과당경쟁인 시장에 신참자를 밀어 넣는 식의 정책이 될 수 있다. 청년 창업이든 은퇴자 창업이든 준비가 부족한 창업은 정책 지원이 아니라 오히려 억제의 대상이다. 산학연 협력과 창업보육 등으로 유망 창업기업을 배양하고 규모가 커질 수 있도록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현재와 같은 지원 일변도의 중소기업 정책만으로는 영세 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어렵다. 아무리 중소기업이라 해도 저임금ㆍ비정규직 고용만을 사회에 제공하는 기업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 허락되는 시대가 아니다. 그냥 일자리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그런 기업만 선별해서 지원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정부의 지원기준은 지금보다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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