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전 SBS 아나운서의 ‘여성 커리어 멘토링’ 특강은 단연 인기였다. 윤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지하철 아나운서를 경험한 에피소드와 방송사에 입사하기 위해 방송사 사장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장문의 편지를 쓴 사연, 아나운서가 된 뒤에도 야구 캐스터, 컨설팅 회사 설립 등 다른 분야에 도전한 소회 등을 풀어놓자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20년 넘게 가정ㆍ육아에만 전념하다가 양질의 시간제를 구할 수 있다는 소식에 박람회를 찾았다는 오모(52)씨는 “박람회를 오면서도 ‘내가 정말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윤씨의 도전 역사를 들으면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CJ 리턴십’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경력단절 여성 120명을 시간선택제로 뽑은 CJ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우수사례 발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리턴십 프로그램은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출산ㆍ육아로 직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 인력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재취업 프로그램이다. 채용 공고 이후 2,530명의 여성 지원자들이 몰려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태호 CJ그룹 상무는 “시간선택제는 인력 운용을 효율화하고 경력이 풍부한 여성 인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남성 위주 장시간 근로만을 고집하는 근로 문화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CJ 리턴십을 통해 입사해 엄지미(41) 사원은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삶의 열정을 되찾은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며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이 ‘알바 양산’ 정책이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이런 일자리도 없으면 집에서 나올 수 없었던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넓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면접에 유리한 메이크업에 대해 컨설팅을 받고 무료 메이크업 체험도 해주는 ‘메이크업 컨설팅’ 코너에도 행사 내내 구직자들의 줄이 이어졌다. 구직자 이모(48)씨는 “면접을 볼 때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기 위한 화장법을 배우기 위해 왔다”며 “잘 익혀뒀다가 두고두고 써먹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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