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을 맡아보니 자치재정권이 너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현행 8대2로 돼 있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로 조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18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35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63%를 얻어 압도적으로 당선된 홍준표(사진) 신임 경남도지사를 3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검사 생활을 거쳐 정계에 입문한 뒤 15ㆍ16ㆍ17ㆍ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지사는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중앙 정치를 하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이름표를 바꿔 달았다. 그래서인지 지방자치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보였다.
홍 지사는 "지자제 도입 이후 입법권과 행정권은 점진적으로나마 자치권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지만 가장 심각한 부분은 지방재정권인 것 같다"며 "연초 있을 광역자치단체장 회의를 하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불합리성에 대한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중앙정부에 절대적으로 예속돼 있는 거죠. 교부세율이나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가 인심 쓰듯 찔끔 올려주고는 재원도 없이 복지사무를 이양하거나 각종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매칭 비율을 올려버립니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재정권을 독점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지방분권 관련 법령의 제정과 개정을 통해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공무원 직제 탄력적으로 편성해야
홍 지사는 공무원 직제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도에 와서 보니까 행정안전부에서 경직되게 공무원 직제를 편성해놓았습니다. 탄력성 있고 유연성 있게 해야 하는데. 예컨데 지금은 인구 800만명 이상이 있어야 행정 부지사 자리를 두게 돼 있는데 300만명 이상인 광역단체라면 한자리 더 주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경남도의 경우 진주에 제2도청사를 건립하려고 하는데 제2청사에는 행정부지사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경기도의 경우에도 수원에 경기도청이 있고 의정부에 경기 북부를 관할하는 제2청사가 있는데 경남은 경기도보다 지역적으로 더 넓습니다. 그래서 서부경남을 관할하는 제2청사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관할하는 행정부지사가 있어야 하는데 현행 직제로는 불가능합니다."
홍지사는 "광역 자치단체장을 계속 차관급으로 묶어 놓는 것은 관료시대 발상"이라며 "행정부지사 자리도 차관급으로 조정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방정부, 지방정부 하는데 검찰 같은 경우 차관급 자리가 50개 가까이 되는데 광역지자체 부지사를 1급으로 묶어놓으니까 모양이 이상하다"며 "이런 것도 정부 기구 조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직급을 비유하면 후배들이 서운해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홍지사는 "검사는 개인이 집행기관이어서 직급이 의미가 없지만 행정 공무원은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에는 국가적인 어젠다인 투자 유치에 대해 질문을 던져 봤다. 홍지사는 "기업환경개선단과 투자유치단 두 개를 더 신설할 계획"이라며 "투자유치단은 국내ㆍ해외 투자 유치를 전담하고 기업환경개선단은 경남의 기업 애로사항과 불편사항 등 민원을 접수하게 해 원스톱으로 처리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경남도 내 기업의 불편함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구의 규모는 지금 진행 중인 직제 개편 결과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지만 활동의 목표는 분명할 것"이라며 "투자유치는 신규세원 확보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여러 측면에서 도가 최우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유치 활동과 병행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산업 인프라를 충분히 확충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진주·사천·밀양 산단 지정 강력 추진
홍 지사는 경남도의 전략산업 구상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경남을 먹여 살려온 것은 기계산업과 조선산업이지만 지금부터는 항공우주산업과 첨단나노융합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을 중심으로 한 기계산업은 한계에 다다랐고 조선산업도 세계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수주 등으로 어려운 만큼 항공우주산업 등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진주ㆍ사천 항공우주국가산단과 밀양 나노테크국가산단 지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경남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통해 기계산업을 고도화하고 조선산업도 해양플랜트 산업과 연계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부패척결·재정건전화 임기 중 반드시 달성
임기 중 꼭 성사시키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홍 지사는 부패척결과 재정건전화를 꼽았다. "부패척결과 재정건전화는 이번 임기 내에 확실하게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지표는 물론이고 경남도가 달라졌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공직사회의 청렴문화를 바로 세울 것입니다. 재정운용 구조도 바꾸고요. 부채청산과 균형재정을 목표로 신규세원을 확충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국비 위주 사업으로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국가산업단지 등 주요 공약 대부분이 다음 임기까지 내다보고 한 것이지만 이번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수기업 유치해 일자리 파이 키울 것
전세계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도 지자체도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가 않다. 홍 지사는 일자리창출 과제를 묻자 목소리를 높였다. "우수기업을 유치해 좋은 일자리의 파이를 키우겠습니다. 산ㆍ학ㆍ관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현장중심 교육을 지원하고 산업계 수요에 맞는 기업밀착형 계약학과 신설과 취업ㆍ학업이 연결되는 현장중심의 교육을 지원해 기업과 학교가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또 도내 기업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지역인재 우선채용을 대폭 확대하고 지역인재 우대기업에 대해 지방세 감면, 기업활동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입니다. 지역 인재의 역외유출을 방지하고 도내 학교 출신이 우대 받는 취업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홍 지사는 "지금까지 모든 정부가 실패 한 요인 가운데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 게 인사 문제"라며 "비리 전력이 없는 깨끗한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이 능력"이며 "국정의 우선과제는 서민경제 회복과 사회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수년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불가피했고 그 과정에서 성장의 결과물이 대기업과 최상위계층에 국한됨으로써 경제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집중적인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통합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과제이며 지역갈등과 계층갈등, 특히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세대 간 갈등은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경남도가 사상 초유의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채무 총액이 2조6,600억원으로 올해 상환해야 할 이자만 950억원(본청 350억원, 18개 시군ㆍ출자출연기관 600억)에 달한다. 하루 2억6,000만원 꼴이다.
계획 중인 SOC사업 우선순위 정해 정리
홍 지사의 방안을 들어봤다. "지금 도 재정위기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지방세 감소 등 외부요인에 따른 세입감소가 있고 세출 면에서는 중장기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SOC 투자, 그리고 2005년 이후 국가사무이던 67개 복지사업이 국고보조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지방비 부담이 급증한 이유입니다. 기업투자유치 활동을 강화해 신규세원을 확충하고 중앙정부와 협의해 지방세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분명한 우선순위를 두고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이고 투입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이나 행정력 낭비는 과감하게 없애나갈 것입니다." 계획 중인 SOC 사업 가운데 지방비 부담이 많은 사업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 아래 우선순위를 검토하고 가능한 한 국비 위주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15년 동안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원내대표ㆍ당대표까지 지내 중앙 정치인으로 경남도지사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때 어려움을 들어 봤다. "이번 도지사 보궐선거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는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단순히 도지사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대선후보를 보완하는 역할과 함께 경남의 구심점이 돼 새누리당의 지지세를 결집시키는 역할까지 요구되는 선거였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를 하는 동안 일관되게 서민정책을 추진하고 보수정당에서는 보기 드물게 진보・서민 정책을 추진해온 제게 역할이 요구됐고 개인적으로 고향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출마하게 된 것입니다."
■홍준표 도지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