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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사랑과 멸시…인간의 곰에 대한 이중잣대

■ 곰과 인간의 역사 (베른트 브루너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우리의 선조들은 그들을 받들어 모시다가 죽였고, 어르고 달래다가 괴롭혔고, 보살피고 키우다가 잡아먹었고, 존중하면서도 멸시했다" '테디베어'는 오랜 기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어른들은 이 곰을 보양식으로 잡아먹는다. 단군신화에서 우리민족의 시초로 등장하는 곰은 한때 숭배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미련 곰탱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무시 받고 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유독 곰에 대해 이토록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걸까? 독일의 논픽션 작가 베른트 브루너는 곰과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애증관계라고 말한다. 따라서 곰을 대하는 모순적 태도는 비단 일부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인간이 유독 곰을 사랑하면서도 멸시하고, 숭배하면서도 잡아먹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인 이유는 인간이 곰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 유인원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던 시기에 사람들은 곰을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존재라고 여겼던 것. 이후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면서 점차 곰을 사냥하고 무시하게 됐다고 덧붙인다. 책은 각국의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통해 책은 인간과 곰의 역사를 조명한다. 새끼 곰에게 젖을 물린 부족과 곰으로 변한 왕자 등 곰과 인간에게 얽힌 흥미로운 설화와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곰에 대한 인간의 이중적 잣대를 통해 문명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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