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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습 좀 하게 해 주세요"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1부. 문제는 낡은 교육 <3> '한국형 스티브 잡스'가 없다<br>학교 기자재 십수년째 그대로 제대로 된 결과 나올 리 없어<br>10년전 '실험족보' 베끼기 일쑤


서울의 4년제 기계공학과 3학년에 다니는 최진웅(23ㆍ가명)씨는 실험수업을 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 미세한 수치를 재야 할 저울이나 추 같은 기본적인 실험도구가 15년도 더 된 탓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10년 전 '실험 결과 족보'를 베끼고 말았다.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는 제대로 된 실험을 했을 경우 나오는 결과 값만 불러줄 뿐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해주는 일이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강사는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으로 이 과목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 대학원생 역시 수억원이나 되는 실험기자재가 부족해 다른 학교 실험실을 빌리는 형편이다.

최씨는 "실험ㆍ실습은 실제 해보고 왜 그런 값이 나왔는지 알기 위한 수업인데 보고서 쓰는 법만 배우고 끝난다"면서 "필수로 들어야 하는 실험과목만 5개인데 안 들을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영남지역의 모 대학 조리학과에 다니는 최진주(22ㆍ가명)씨도 실습수업에 갈증을 느낀다. 등록금은 몇년 새 60%나 올랐는데 실습기자재나 재료는 예전 그대로다. 최씨는 "조리학과에서 실습은 수업의 거의 전부"라며 "실습비 예산은 학생이 낸 등록금의 20%도 채 안 된다고 하는데 학교는 도대체 어디에 돈을 쓰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조리학과 출신 여학생이 대부분 전공과 상관없는 사무직으로 취업하는 것은 업계의 여성기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럴수록 실습을 강화해 실력으로 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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