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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의존한 '서한연의' 번역 포기 '사기' 등 사료 모아 초한지 직접 썼죠

■ 소설가 이문열 인터뷰

"올 때마다 전에 본 만큼 새로운 볼거리들이 크게 생겨나니 아무리 잘 보고 갔어도 또 몇 년 지나면 다시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봤던 유적 일부는 사라지고 또 일부는 엄청나게 규모를 키웠네요. 하지만 유적의 고졸한 맛을 살리기보다는 온통 시멘트를 갖다 부어 만든 느낌이라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소설가 이문열(65ㆍ사진)씨는 이미 10여년 전 초한지 집필을 앞두고 거의 같은 경로로 중국을 다녀왔다. 하지만 이번 여행 내내 낯설어 했다. 상하이 푸동공항에서는 예전 이용한 홍차오공항과 비교하며 그 규모에 감탄했고 공항을 빠져나오면서도 잘 정비된 인프라에 다시 놀랐다. 또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져 예전과 달리 담배 꽁초 하나 보기 힘든 깨끗한 거리도 낯설어 했다.

작가는 이미 지난 1988년 삼국지, 1994년 수호지를 선보인 있다. 특히 삼국지는 출간 이후 총 1,800만권이 팔리며 삼국지 시장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초한지는 대개 '서한연의'를 말한다. 서한연의는 명나라 때 종산거사(終山居士)라는 별칭만 알려진 사람이 썼다. 하지만 항우와 유방의 진진한 싸움을 소재로 하면서도 중국에서는 3대 기서인 서유기ㆍ삼국지ㆍ홍루몽 근처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이에 대해 "연의라고 하면 보통 '70%의 진실과 30%의 허구'를 생각하는데 서한연의는 지나치게 상상력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고 심지어 그보다 후대를 기록한 삼국지에서 인물들과 에피소드를 차용하는 경우까지 보였다. 결국 '서한연의'를 포기하고 사기를 원전으로 자치통감과 한서 등의 역사책을 참조했다. 또 한신을 기록한 한신전이나 당대 풍속 기록 등에서 개별적인 기록들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전에 내놓은 그의 삼국지ㆍ수호지는 '이문열 평역'이지만, 초한지는 '이문열 작'으로 표기돼 있다. 전자는 원전을 번역하되 자신의 의견을 붙였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말 그대로 본인이 직접 사료를 모아 썼다는 얘기다.

작가는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가 초한지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인물들을 많이 차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테면 유비에게 제갈공명을 소개해주는 서서와 그 어머니의 얘기는 한나라 재상 왕릉에게서,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하는 눈부신 활약은 유방의 뒤를 잇는 효혜제를 구하는 하후영의 그림자가 짙어 보입니다. 초한지가 삼국지보다 더 늦게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삼국지 안의 많은 내용이 초한지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서 차용하고 있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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