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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양극화 '이분법 논리' 경계를
입력2006-03-23 17:20:22
수정
2006.03.23 17:20:22
'부유층 책임론'은 갈등만 조장 <br>경기 활성화 통해 해결해야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로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화두로 떠올랐고 노 대통령은 물론 여당 간부들도 잇달아 이 문제를 우리 사회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빈부격차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문제이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점차 심해지는 빈부격차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들과는 차이가 있다.
즉 사회적 약자들의 소외된 삶이 따뜻한 사회적 배려를 받지 못하고 계속 방치될 경우 이들의 소외감은 언제라도 사회와 이웃에 대한 적대감으로 바뀔 수 있으며 이것이 몰고 올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파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 여당이 이제라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바람직한 정책의 구현을 위한 여당 정치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은 왜일까.
빈부격차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외환위기 때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 실업으로 인해 소득격차가 더 커지고 불평등이 더욱 악화됐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빈부격차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소 완화되는 듯하더니 현 정권 출범 이후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등의 분야에서 다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하위 20% 빈곤층의 소득점유율은 외환위기 이후 낮아졌지만 상위 20% 부유층의 소득점유율 역시 지난 2002년부터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적어도 작금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만큼은 ‘빈익빈 부익부’ 때문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침체와 성장동력의 급격한 하락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중산층이 붕괴돼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빈곤층의 빈곤이 심화되는 ‘빈익빈’ 현상으로 인한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마치 저소득층의 문제가 극소수 잘나가는 계층으로 인해 유발된 것처럼 보이게 해 우리 사회를 이분화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물론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문제는 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예산을 최대한으로 효율적으로 집행함으로써 어떻게 해서든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다 해결될 수는 없다. 일자리 부족으로 실업자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 한 복지 지출의 증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을 살려 고용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 기업들은 국내에서의 사업을 포기하고 속속 해외로 떠나고 있으며 기업들의 이러한 이탈은 계속 새로운 실직자를 양산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어려운 삶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왜 우리 기업들이 굳이 고국을 떠나 낯선 이국 땅으로 옮겨가는지 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복합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 빈부격차 문제를 경제성장만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경기침체로 최근 몇 년간 심화된 빈익빈 현상만큼은 일단 경기활성화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층간 갈등을 조장하는 선동적인 용어를 쓰면서 그 책임을 극소수의 잘나가는 계층에 돌리고자 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이데올로기의 늪에 빠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몽상가이거나 아니면 겉으로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척할 뿐 실상은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사회를 이분화하고 못사는 계층의 소외감을 자극하는 것은 아직은 이 땅에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애쓰고 있는 기업인들마저 외국으로 쫓아버릴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며 그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을 사람들은 바로 그 사회적 약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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