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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8월15일] <1475> 롤랑의노래


‘롤랑의 노래(the Song of Roland).’ 현존하는 프랑스 문학작품 중 가장 오래된 서사시(또는 무훈시)다. 내용은 이렇다. ‘스페인 전역의 이슬람 세력을 몽땅 몰아낸 프랑크 왕국의 왕 샤를마뉴에게 마지막 남은 사라고사가 항복을 자청한다. 충신 롤랑이 거짓 항복이라고 반대했으나 간신배에게 속은 샤를마뉴는 항복을 받아들여 군대를 되돌려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후미를 롤랑에게 맡겼다. 롤랑의 예상대로 이슬람군은 뒤통수를 쳤다. 마지막 순간에서야 롤랑은 구원 신호인 뿔피리를 길게 불고 장렬하게 전사한다.’ 서기 778년 8월15일 피레네 산맥 근처의 롱스보 전투를 배경으로 삼는 이 작품은 11세기부터 전 유럽에 퍼졌다. 롤랑은 정의를 위해 이교도와 싸우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역사적 진실은 문학작품과는 딴판이다. 샤를마뉴는 스페인 전 지역은 고사하고 이슬람의 최전방마저도 점령하지 못했다. 롤랑을 습격한 군대는 이슬람이 아니라 바스크족이다. 날짜와 장소만 맞을 뿐이다. 샤를마뉴의 신격화와 십자군 전쟁 동원 극대화를 위한 날조였지만 롤랑의 노래는 세계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항해를 통한 서구의 해외진출, 제국주의 침탈에까지 롤랑이 스며 있다. 미주대륙은 신이 백인에게 준 선물이라는 ‘명백한 운명(1845년)’과 서구인이 세계를 다스려야 한다는 ‘백인의 책무(1899년)’, 황인종의 발흥을 막아야 한다는 ‘황화론(1895년)’도 ‘롤랑의 노래’의 변형판이다. ‘롤랑의 노래’가 더 울려 퍼질 수 있을까. 어렵다. 20세기 초반까지 서구 기독교인이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였지만 요즘은 16%대로 주저앉았다. 그런데도 서구는 부와 자원을 여전히 독과점한다. 종교 갈등도 해묵은 과제다. 광복절 아침, 오래된 허구로 굳어진 왜곡으로부터의 해방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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