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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안공혁 손해보험협회장
입력2004-10-03 15:36:18
수정
2004.10.03 15:36:18
"2단계 방카 시행 반드시 재고돼야"<br>도입땐 설계사ㆍ대리점 대량실업사태 불가피<br>2금융권 문제도 금융 균형발전 차원 접근을<br>부당모집행위 근절위해 현장 상시점검 강화
[월요초대석] 안공혁 손해보험협회장
"2단계 방카 시행 반드시 재고돼야"도입땐 설계사ㆍ대리점 대량실업사태 불가피2금융권 문제도 금융 균형발전 차원 접근을부당모집행위 근절위해 현장 상시점검 강화
[발자취] 재무부등 요직 두루거친 경제통
[내가본 안공혁회장] 박종원코리안리사장
안공혁 손해보험협회장약력
▦강원도 원주
▦서울대 법학과 및 행정대학원, 건국대 대학원 박사
▦재무부 이재과장, 주서독대사관 재무관, 증권보험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보
▦해운항만청장
▦보험감독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현대투자신탁증권 회장
대담: 이용택 금융부장 ytlee@sed.co.kr
“정책을 시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카슈랑스로 설계사들이 대량 실직하면 사회적 충격은 한층 커지게 됩니다. 더욱이 자동차보험과 보장성 보험은 보험업계 고유의 상품으로 은행에서 판매하게 하는 방안은 보험산업 보호와 금융산업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봅니다.”
안공혁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보험업계와 은행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과 관련해 ‘정책의 타이밍’과 ‘금융산업 균형발전’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설계사의 실업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를 확대 도입할 시기가 아니라는 게 전자고, 은행에만 유리한 제도인 만큼 재검토돼야 한다는 게 후자다.
지난달 손보협회 회장에 추대된 안 회장은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금융산업 전반의 정책을 입안, 시행했던 정통 경제관료 출신. 그는 “이런 두 가지 측면에서 다시 생각하면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시기가 시행령으로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정책의 신축성을 보일 여지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예정된 일정이었던 만큼 보험업계도 그동안 확대도입에 따른 판매전략과 대응책을 준비해왔을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보험업계가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을 저지하고 나선 것은 1단계 시행 후 보험시장에 대한 은행권의 영향력과 힘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고요. 더욱이 2단계에는 보험업계의 핵심상품이 포함돼 있습니다. 손보 상품은 자동차보험이고 생보 상품은 보장성 보험입니다. 이들 상품마저 은행에서 판매하게 되면 은행은 더 커질 수 있겠지만 보험산업은 한없이 위축됩니다. 금융산업이 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방카슈랑스 제도를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선진국의 예를 봐도 그렇습니다. 유럽은 금융정책에서 업종간 겸업화를, 미국은 칸막이식 정책을 유지했는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유럽은 2금융권이 전혀 발달하지 못한 반면 미국은 다양한 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만약 2단계 방카슈랑스가 예정대로 도입된다면 예상되는 보험업계의 피해와 부작용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은행권에서는 공동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지난해 방카슈랑스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 소비자ㆍ보험사ㆍ은행이 모두 이득을 얻는 ‘3윈(WIN)’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은행권이 지난 상반기 사상최대의 순이익을 거두는 데 일조했을 뿐입니다. 보험업계의 경영상황은 악화했고 소비자에게 돌아간 보험료 인하효과도 거의 없습니다. 또 은행의 ‘보험꺾기’라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보험상품의 은행판매가 허용되는 2단계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 은행 영업력에 밀린 설계사와 대리점의 대량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됩니다. 당장 자동차보험시장의 30% 정도를 은행이 잠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럴 경우 10만여명의 설계사와 대리점 중 최소 3만여명 이상이 실직하게 될 것입니다.
실직자가 양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2단계 방카슈랑스가 예정대로 도입될 경우 더 큰 실업사태와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연기돼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은행 상품과 유사한 저축성 보험은 은행에?판매하고 보험업계 고유의 특성을 가진 자동차보험과 보장성 보험은 방카슈랑스 대상에서 제외돼야 합니다.
-그러면 2단계 방카슈랑스를 연기하고 허용상품을 재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입니까.
▲국회와 재정경제부 등 정책당국과 금감위ㆍ금감원 등 감독당국에 지속적으로 자동차보험을 2단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건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방카슈랑스 관련 토론회와 세미나에서도 시민단체나 학계의 많은 분들이 저희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앞으로도 관계당국과 국회 등에 자동차보험 방카슈랑스의 부적절성을 적극 설명하고 설득해나갈 계획입니다.
정책당국에 한가지 요청을 한다면 방카슈랑스는 금융업권간 영역 문제로 한번 결정되면 파장도 크고 문제가 발생해도 유리한 쪽의 기득권 문제가 있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행 후 보완이라는 모험을 택하기보다는 시행 전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2금융권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험ㆍ증권 등 2금융권 지원의 선제조건으로 구조조정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판단되는데요.
▲ 치열한 경영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자연스럽게 개선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지금은 보험사를 비롯한 2금융권도 공동 발전할 수 있는 금융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은행 위주의 정책을 지속하다 보면 10~20년 후 금융회사 중 은행만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금융업종간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만큼 2금융권 문제도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보사에서만 판매하던 실손보상 상품(보험가입자가 실제 손해를 본 만큼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을 내년부터는 생보사들도 판매하게 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손보업계의 경영환경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지적한 것처럼 생보사들도 내년 8월부터 상해ㆍ질병ㆍ건강보험 상품에 대해서는 ‘실손보상 의료비 상품’을 만들어 개인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됩니다. 생보업계에는 실손보상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기회가 되지만 손보사에는 또 다른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더욱이 실손보상 의료비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장기손해보험 상품은 자동차보험과 더불어 손보업계의 핵심 상품이기 때문에 손보산업의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보업계에도 종신보험 판매가 허용되는 등 동등한 경쟁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경쟁에 뒤지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과당경쟁에 따른 리베이트 제공과 보험료 편법할인 등의 부당 모집행위가 손보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근절대책은 없는지요.
▲최근 몇년간 불공정 모집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완전히 뿌리뽑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보험업법 등에 규정돼 있는 정규 수수료 외에 별도의 부당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영업관리자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한 후 리베이트 건수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또 지난 4월부터는 대형 대리점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2억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포상금 제도를 확대했고 이달부터는 영업 일선에 대한 상시점검 체계를 구축해 투명성을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방카슈랑스뿐 아니라 손보업계 경영악화, 업체간 과도한 경쟁 등 협회 차원에서 해결하고 공동 발전을 도모해야 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이는 신임 협회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회원사들의 이견을 조정해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게 협회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회원사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업권간 이견도 다양하게 나오는 점을 감안해 이를 절충하고 발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업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응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급하다고 봅니다. 업계의 ‘파이’를 키워 회원사들이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신시장 개척에도 앞장설 계획입니다.
정리=박태준기자 june@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입력시간 : 2004-10-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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