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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12월 2일] '올빼미 공장'을 아시나요
입력2008-12-01 17:11:43
수정
2008.12.01 17:11:43
얼마 전 한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 요즘 돌아가는 경기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내년에는 경제가 더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기자에게 ‘올빼미 공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냐며 물어왔다.
그의 말인즉슨 요즘 하도 경기가 안 좋다보니 낮에는 기계를 돌리지 않고 밤에만 가동하는 공장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주물공장 등 일부 업종에서 생산비용을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심야전기를 이용하려고 야간근무만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경기침체로 잔업이나 특근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무슨 심야영업소도 아닌데 공장을 한밤중에만 돌리다니…. 기자는 순간 무언가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中企, 비용줄이려 밤근무 전환
나중에 사정을 알아보니 주물공장의 경우 쇳물을 녹이는 전기로를 쓰고 있는데 최근 자동차나 조선업체로부터 주문이 워낙 줄어들다 보니 주야간으로 가동하던 전기로를 계속 돌리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공장 가동시간은 일단 줄여야겠고 고심 끝에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심야공장으로 전환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물공장은 한달에 전기요금만 수억원이 나올 정도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렇게 심야근무를 하게 되면 원가를 단돈(?) 몇천만원이라도 아낄 수 있다는 뒷얘기도 전해 들었다.
행여 낮에만 일하던 근로자들이 야간근무를 꺼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저 배부른 자의 투정에 불과했다. 근로자들은 공장이 계속 돌아가고 일감이 있는 것만해도 다행으로 여기면서 밤근무를 자청해서 한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들은 주간에 이어 야간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야간수당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 같은 중소업계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자 문득 이들 주물업체로부터 납품받는 현대차가 다음달부터 시범실시에 들어갈 근무제도 변경소식이 떠올랐다. 현대차 노사는 현재 심야근무제를 없애는 대신 주간연속 2교대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세부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현대차 노조가 일찍부터 심야근무 폐지를 위해 내건 명분은 한마디로 ‘건강권’이였다. 근로자들이 밤샘근무를 하느라 생체리듬이 교란돼 건강에 해로운데다 가정생활의 불안정까지 초래하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자정 이전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지난 40년간 산업근대화를 위해 심야근무라는 고통스런 근무형태를 감수해왔지만 이제 노동의 인간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질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심지어 밤샘 근로자의 수명이 주간 근로자보다 짧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까지 인용될 정도였다.
현대차 납품업체들은 이에 대해 근무시간 변경이 결국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전후방 협력업체의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유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른바 건강권이라는 두터운 장벽에 부딪혀 공허한 메아리에 머무르고 말았다.
사정이야 어쨌든 한쪽에서는 자청해서 올빼미공장을 돌리고 다른 한편에선 이제 건강을 챙길 때라며 심야근무를 없애겠다는 현실은 바로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참담한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땅에 사는 누구인들 좀 더 건강하게 살고싶지 않고 누구인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놀아주고 싶지 않겠는가.
원청-하청업체 불평등 해소돼야
단지 하청관계를 유지하려고 납품가격 인하 등 숱한 불이익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그래서 영원히 갑을관계에 머물러야 하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불평등관계가 지속되는 한 우리 경제가 지금의 위기국면을 쉽게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 설령 위기를 우여곡절 끝에 넘기더라도 그 후유증은 우리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과거 IMF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 큰 격차를 보여왔다는 점은 새삼 상기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강성으로 유명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최근 미국의 자동차업계가 파산위기에 내몰리자 뒤늦게야 근로자의 복지혜택을 축소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현대차 노사가 조만간 머리를 맞대고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 몰린 지금 어디 한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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