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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29일] 스스로 신뢰 깎아먹는 정부 정책

지난 27일 저녁 기획재정부의 한 고참 관료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28일자로 쓴 '대형마트ㆍ슈퍼에도 담배판매 거리제한을 확대 적용한다'는 기사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요지는 그랬다. 자신들이 준비한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의 발표자료와 기사내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은 기사작성을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사실확인이다. 그래서 일정이 있는 곳에 찾아다니며 보고서가 있으면 원문을 찾아본다. 기자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기업소상공인 경쟁력강화포럼을 직접 찾아가 허 차관의 정책설명을 듣고 이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날 행사에 재정부 관계자와 타사 기자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장관ㆍ차관 등 주요 연설자들은 통상적으로 기존에 준비된 연설문을 토대로 강연한다. 그러나 녹음기를 틀어놓듯이 그 자료를 그대로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행사장의 분위기와 본인의 생각을 더해 순간순간 필요한 부분은 첨언하기 마련이다. 특히 본인이 앞으로 추진하려는 정책에 대해서는 예고 없이 내밀기도 한다. 이날도 그랬다. 허 차관은 "앞으로 담배판매 거리제한을 대형슈퍼에도 적용하겠다"며 참석한 소상공인들에게 규제개선을 약속했다. 관련 제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만큼 보다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미 개정한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 대해서는 차관도 알고 기자도 알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라는 담당자의 이야기에 실제 대형슈퍼 담배판매 거리제한이 적용되는 곳이 있냐고 되묻자 "아직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사전에 준비된 자료가 있어도 당일 행사장에서의 발언이 더 앞선 것이 아닐까. 정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뢰성이다. 공식적인 행사에서 차관이 한 발언을 아래 직원이 부인한다면 이제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더불어 한 달에 몇 차례씩 강연하는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발표문과 다르게 입장을 밝혔다고 매번 비슷한 대응을 할 것인가. 더 이상 정부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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