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능력중심 사회실현을 위해 강도 높게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과 보급이다. NCS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개발하고 교육부가 참여하는 것으로 'NCS=능력중심사회' 정책으로 소개돼 기대가 되지만 한편 우려도 된다. 정부는 NCS를 한 개인이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 직무능력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출해 표준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NCS는 교육훈련기관(공급자) 중심의 인력양성체계를 기업체(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산업 분야별 직무능력을 표준화한 것으로 2002년 처음으로 용접 등 5개 분야 20개 직무가 개발됐지만 한동안 묻혀 있었다. 지난해부터 다시 개발을 시작해 올 연말까지 총 833개 직무의 NCS를 개발한다고 한다. 정부가 NCS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직업교육시스템을 개선해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NCS기반의 기업체 중심 인력양성은 교육기관에서 진로와 취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기업도 필요한 인력육성과 수급이 수월해져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구직자도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시간과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개발주체의 설명이다. 능력중심 사회실현의 걸림돌이 단지 인력양성시스템에서 비롯됐다면 성공이 기대되는 개선이다. NCS의 실효성도 검증돼야 하지만 NCS의 적용만으로 중소기업 인력난이 해소되고 대기업의 입사 고시에만 매달리는 직업정서와 만연된 대학만능주의가 타파될지는 의문이다.
염려되는 것은 NCS라는 틀 속에서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찾는 창조적 교육관이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겸비한 직업교육의 무한한 강점이 창출될지도 크게 우려된다. 비록 이상적으로 개발된 NCS라 하더라도 천편일률적인 특성화고와 전문대의 NCS기반 특성화에서 과연 창의적 강점을 표출할지도 염려된다.
NCS가 '알고 있는가'에서 '할 수 있는가'로 바꾸는 국가표준이라면 현행 국가자격제도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 부여한 국가자격인지 혼란스럽다. NCS는 평생교육의 로드맵 구축차원에서 보면 필요한 제도지만 강요된 직업교육의 본질이 돼서는 안 된다. 한국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스위스를 비롯한 직업교육선진국들이 결코 이루지 못한 세계 최고의 기능강국 자리에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기능선진국은 아니다. 기능선진국의 반열에 들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능력중심 사회실현의 걸림돌이라는 사실이다.
'NCS=능력중심사회'는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나 고질적인 풍토병 학벌만능주의를 단지 NCS나 선진제도 도입의 임기응변적 처방만으로는 쉽게 치유될 수는 없다.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것과 같이 NCS기반으로 진로와 취업이 해결된다고 해서 능력중심사회가 실현되고 숙련전문가가 육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숙련전문가는 창의적인 기본교육, 능력의 가치를 존중하는 대우와 전문가 육성 비전이 보일 때만 본인 의지에 의해 육성될 수 있다. 이 의지는 사회정서에서 비롯된다. 이런 정서구축이 곧 능력중심사회의 실현인 것이다. 말뿐인 기능인 우대보다는 능력을 제대로 대우할 풍토조성이 NCS개발과 보급보다도 더 중요하고 시급한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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