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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원자력 외면은 낭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바람이 유독 반가운 것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이른 추위로 이번 가을은 유독 짧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게다가 올 여름 이상고온으로 북극의 얼음이 대규모로 녹아내려 혹한이 닥칠 전망이란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의 구분을 무색하게 하는 짧은 봄, 가을 그리고 매년 혹독해지는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 등 우리나라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음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이 일상기온이 되면서 생태계 파괴 등 각종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전력 부족이다. 올 여름만 해도 우리는 더위뿐만 아니라 블랙아웃(black out) 공포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경고가 발령되고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신재생에너지 상용화엔 시간 걸려

다행히도 범정부 차원에서의 절전운동과 개인ㆍ기업들의 동참으로 큰 문제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할 겨를도 없이 다가오는 겨울철 전력상황을 걱정해야 할 정도니 수요 조절은 임시방편밖에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전력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리는 것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이후 전력 최대수요가 15%가량 늘었지만 같은 기간 발전설비 용량은 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전력수급 불균형이 발생했고 이 현상이 매년 심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발전설비를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화력발전 설비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확대는커녕 비중을 축소해나가야 할 형편이다. 태양광ㆍ풍력ㆍ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또한 현실적으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필요하다. 관련 기술력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생산원가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미래 에너지 흐름이 결국 신재생에너지로 귀결돼야 함은 틀림 없겠지만 동시에 신재생에너지가 시장성을 갖추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할 때까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존 발전의 확대ㆍ유지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사정으로 우리에게 남은 대안은 결국 원자력뿐이다. 원자력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발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ㆍ판매단가도 다른 발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고 무엇보다 발전원 중 가장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반도(半島)라는 지정학적 위치상 에너지 수입이 불가피하면서도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인 우리나라가 과거 전략적으로 원자력발전을 키워온 것도 그리고 여전히 원전 유지ㆍ확대를 에너지 대안으로 꼽는 것도 이 같은 사정에서다.



원전 안전성 강화·국민과 소통해야

8월 확인ㆍ검증작업을 거듭한 끝에 5개월간 정지돼 있던 고리 1호기가 재가동되고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용 후 핵연료 중간처리시설 건설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결국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으로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를 준비하는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물론 확대에 앞서 원자력발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이겠다. 보다 강화된 안전기준 적용, 투명하고 철저한 안전관리,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한 차원 높은 안전의식 등 원자력발전에 있어 최상의 가치인 안전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또한 원전 건설ㆍ운영 과정을 국민들과 공유하는 열린 소통을 통해 원전의 수용성을 높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전력위기에는 부족한 공급 실정에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유지돼온 값싼 전기료로 전력낭비 현상이 심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성 있는 선택지를 앞에 두고도 블랙아웃의 두려움에 떨며 고통과 불편을 감내하는 것은 또 다른 낭비가 아닐까 하는 것이 어느 해보다 춥다는 겨울을 앞에 두고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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