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최종 사업 승인단계에 가서야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시스템은 적지 않은 문제들을 노정해왔다. 정부 부처나 기관 및 기업들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한창 추진하다가 예기치 않은 환경 문제나 관련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 좌초의 위기를 겪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진다. 사업 초기부터 환경평가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출발한다면 불필요한 비용과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제도는 또 다른 측면에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제한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당국의 인가를 받은 정식 등록업체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만 정부가 인정해주기로 함에 따라 개발사업자 입장에서는 없던 규제가 새로 생겨났다. 기존에 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들이 정식 등록을 하기 위한 법적 인력요건이 과도해 면허를 반납하는 사태까지 예상된다. 가뜩이나 소수 대형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시장에서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실시한다는 '환경영향평가사' 국가자격증 제도 역시 현실 여건을 무시한 채 의욕만 너무 앞선다는 지적이 있다. 환경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기존의 환경관련기사나 자연생태기사로도 큰 문제없이 돌아가는 터에 굳이 옥상옥 자격증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해당 분야 공무원에 대해 자격증 시험 조건에서 실무경력을 3년으로 크게 완화하고 필기시험 일부도 면제하는 등 혜택을 주는 것은 더 큰 논란거리다. 세무사나 법무사 등 기존 자격증도 경력공무원 특전 부여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환경영향평가사 제도는 또 하나의 퇴직관료 밥그릇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기왕에 힘들게 제도개선에 나선 만큼 잡음의 소지를 없애고 출발하는 것이 당국으로서도 떳떳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