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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철새

송영규 논설위원


30여년 전만 해도 봄이 되면 서울에 어김없이 제비가 등장했다. 지금은 도시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진객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마치 날렵한 전투기인양 최고시속 250㎞로 쏜살같이 날아오다 갑자기 비행각도를 꺾는 제비를 피하려 움찔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늦가을이 되면 떠나는 철새이기는 하지만 새끼를 깐 후 어미 새 한 마리가 하루 160여마리의 벌레를 물어갔으니 그 어떤 살충제보다 구충 효과가 높았다.

△우리나라 전체 조류 372종 중 철새는 3분의2가 넘는 266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호주부터 무려 6.184㎞나 날아 군산에 자리를 트는 뒷부리도요새도 있다. 텃새가 아니라고 얕보진 말라. 제비는 '흥부전'의 풍자와 해학을 가져왔고 가창오리는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황홀한 군무를 선사한다. 300여종 400만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 철새 도래지 서산 천수만은 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 위기종을 볼 수 있는 호사도 준다.

△철새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이렇게 많건만 그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전혀 그러하지 못하니 쓰임새가 단단히 잘못된 듯싶다.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이리저리 옮기는 정치인을 부르는 이름으로 쓰이는 것부터가 그렇다. 철새는 번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수천, 수만 ㎞를 날지만 정치인 중 국민을 위해 조그만 희생이라도 하려는 이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새가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당장 이름을 바꿔달라고 집단시위를 벌일지도 모른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을 놓고 일각에서 철새 정치인 비판이 나오는 모양이다. 한때 안 의원 캠프뿐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도 활동했던 경력을 빗댄 말이다. 어려운 길을 자처한 윤 전 장관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철새보다 못한 정치인으로 낙인 찍힐지, 아니면 소신을 갖고 국민을 위해 새 정치를 펼친 인물로 평가될지는 오로지 그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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