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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통신] 재조명받는 '서스펜스 장인' 히치콕의 삶

지난 1980년 80세로 사망한 '서스펜스의 장인' 알프렛 히치콕이 올해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 먼저 얼마 전 히치콕의 걸작 '버티고(Vertigoㆍ현기증)'(1958)가 영국의 권위 있는 영화전문지 '사이트 & 사운드'에 의해 그 동안 줄곧 챔피언 자리를 지켜온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을 제치고 사상 가장 훌륭한 영화로 선정됐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히치콕이 '새들'(1953)을 만들 때 주연으로 캐스팅한 금발 미녀 티피 헤드렌에 대한 그의 병적인 집착을 그린 '걸'이 케이블TV HBO에 의해 방영됐다.

게다가 지난 달 23일에는 히치콕이 '사이코'(1960)를 만드는 과정과 그와 아내 알마 레빌과의 관계를 코믹하게 다룬 '히치콕'이 개봉됐다. 여기서 앤소니 홉킨스가 히치콕으로 나온다.

그런데 '걸'과 '히치콕'에서 특기할만한 사실은 히치콕의 탁월한 협조자이면서도 늘 남편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알마가 정면으로 부상한다는 점. 알마는 히치(히치콕의 애칭)의 제작 동료요 자문 노릇을 하면서 항상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 본 충실한 아내였다. '걸'에서는 이멜다 스턴튼 그리고 '히치콕'에서는 헬렌 미렌이 알마로 나온다.

영화 '히치콕'을 보면 알마가 이 영화 제작에 얼마나 깊이, 창조적으로 개입했는지가 잘 묘사돼 있다. '사이코'에서 충격적인 '샤워 신'을 더욱 충격적으로 만든 버나드 허만의 음악도 알마가 고집해 쓰여졌다.



히치콕은 자기 영화에 쓴 금발미녀들에게 집착했었는데 알마는 남편의 이런 편집광 증세를 알고도 모른척했다고 한다. 히치콕의 금발미녀 애착증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다.

히치콕이 금발미녀를 좋아한 것은 사실이나 영화에서처럼 광적으로 집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영화에 나오고 또 그의 친구였던 노만 로이드(98)도 말했다. 로이드는 최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히치콕이 금발미녀를 병적으로 좋아했다는 것은 과장됐다"면서 "히치콕이 이를 부인 안 한 것은 선전의 귀재인 그의 자기영화 선전 작전"이라고 말했다.

히치콕이 금발미녀들에게 집착하게 된 까닭은 그와 알마간의 불편한 성관계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히치콕은 키 5피트가 안 되는 알마와 생전 딱 한번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 여기서 나온 딸이 아버지의 영화 '사이코'와 '열차 안의 낯선 사람들'에 단역으로 나온 패트리샤(84)다. 히치콕 전문가들은 고약한 유머를 좋아하던 히치콕이 자신의 이런 성적 불만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영화에서 금발미녀들을 학대하고 죽여 버리기까지 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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