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 대선에서 TV토론은 후보 간에 비등한 경합지역(스윙스테이트)에서 우열을 가르는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1개월여 앞둔 미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셈이다. 4년 전 오바마 후보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앞선 여세를 몰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바 있다. 현재 미 대선의 판세는 오바마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몇몇 경합주를 제외한 상당수 주에서 오바마 후보에게 뒤처지는 롬니 후보로서는 불리한 대선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가 TV토론이다. 롬니 후보는 8%대로 여전히 높은 실업률 같은 경제난을 부각시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 대선에서 일찍이 경제 문제가 최대 이슈로 달아오른 만큼 이번 TV토론의 쟁점도 경제에 집중될 것이 분명하다. 양측의 경제공약과 정책방향은 확실하게 대조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제회복과 재정적자 해소에는 한목소리를 내지만 구체적인 실천방법에서는 노선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오바마 후보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증세기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반면 롬니 후보는 상속세 폐지와 소득세율 인하 같은 감세로 맞불을 놓고 있다. 세금과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를 회복시키자는 민주당 오바마의 정책과 감세로 민간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리자는 공화당 롬니 공약 사이에서 미국 국민들은 그야말로 유권자의 권리를 누리게 된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는 선택의 폭이 넓은 다원화 사회이다.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 최소한 보수와 진보로 대조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우리나라 대선은 초록은 동색이라고 할 정도로 당과 후보들 간에 정책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온통 경제민주화와 포퓰리즘적 복지확대에 매몰돼 어떤 정책도 하위개념으로 파묻히게 돼버렸으나 참으로 소모적인 정치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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