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오랜만에 '확실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직 공식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 9월 전국의 주택거래를 잠정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거래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이 같은 거래량은 주택 시장이 과열 양상을 빚었던 2007~2008년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여서 거래량 회복을 낙관했던 정부조차 효과에 적잖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신규 분양 시장 역시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요지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청약 과열 우려를 낳을 정도로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반전은 재건축 연한 단축, 청약제도 개편 등 구체적인 대책 내용 못지않게 이번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택경기를 살리겠다는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의지'가 가져온 심리적 효과도 컸다는 것이 시장의 진단이다. 아직 정부의 잇따른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일이 남았지만 최소한 주택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는 제대로 효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과연 활기를 되찾은 주택 거래에 안도만 하고 있을 때일까.
한국감정원이 최근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처음으로 70% 벽을 넘어섰다. 진원지는 서울 등 수도권이다. 서울의 경우 1년 사이 전세가율이 61.9%에서 65.4%로 3.5%포인트 뛰었고 수도권 역시 63.3%에서 67.1%로 3.7%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면서 매맷값이 뛰었음에도 전세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전세가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는 의미다.
전세가율 70%, 불안한 시장 반영
전세가율 70%의 의미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매거래가 활성화되면 전세의 매매 전환을 촉발해 전세난이 잦아들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감이 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안한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최근의 정부의 주택 시장 부양책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서민의 주거안정 문제다. 세 든 집이 매매가의 20% 정도만 대출을 안고 있어도 언제든 '깡통전세'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생기는 탓이다.
9·1 부동산 대책의 정식 명칭은 '주택 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주거안정 강화 방안'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민주거안정 강화'는 '주택 시장 활력 회복'에 비해 정책의 무게감이 확연히 떨어진다. 전월세 안정 부문에서 내놓은 대책들은 모두 뻔한 내용들뿐이었다.
기껏 이미 준공이 예정된 공공주택 입주시기를 한두 달 앞당기거나 임대 리츠에 민간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수준 정도였다. 준공공 임대주택의 경우 부처 간의 충분한 협의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활성화 방안을 내놔 정책의 난맥상만 보였다. 민간의 임대공급 활대를 위해 85㎡를 초과하는 다가구주택도 준공공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취득세·재산세 등 세제감면 혜택은 소관 부처인 안전행정부의 반대에 막혀 사실상 무산됐다. 아무런 혜택도 없이 10년간 의무적으로 임대를 해야 하고 임대료도 마음대로 못 올린다면 다가구주택을 사서 준공공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정부가 전세난에 대해 의도적이든 아니든 입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주택 거래가 어느 정도 정상화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나름대로 정부 대책 효과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세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최근의 전세난이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활기 찾은 주택거래 유지 방안 필요
전문가들은 오히려 가을 이사철 이후 전세 시장이 더 많은 불안 요소를 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강남권 일대에 예정된 대규모 재건축 이주로 촉발될 전세난은 자칫 2002년 잠실 일대 아파트의 재건축 이주로 촉발된 대규모 전세난 못지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주를 앞둔 재건축 추진단지 대부분이 당시 잠실과 비슷한 10평형대의 소형 아파트로 구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난은 서민주거안정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전세난의 경우 집주인의 월세 선호 등으로 절대적인 매물 부족이 낳고 있는 구조적 문제여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활기를 되찾은 주택거래가 '주택 투기 조장을 통한 경기부양책'으로 평가절하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안정한 전세 시장을 안정시킬 대책 마련에 정부 당국이 올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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