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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로존 긴축·성장 절충 서둘러야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및 유로화 사용 17개국(유로존) 탈퇴 우려가 세계경제에 지난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위기는 유럽연합(EU)ㆍ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정책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반대에 기인한다.

지난 6일 그리스의 1차 총선에서 긴축을 지지하는 정당이 패배하고 긴축에 반대한 급진좌파정당(시리자)이 제2당으로 부상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6월17일 2차 총선에서 시리자의 제1당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실패 땐 제2의 금융위기로 발전

현재 트로이카(EUㆍECBㆍIMF)는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하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아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 현 위기는 그리스에 국한하지 않고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인근 재정취약국으로 전이되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와 은행부실 확대로 재정악화가 우려되는 스페인에서 국채수익률이 급등하고 예금 대량인출(뱅크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그리스가 여전히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현재 유로존의 상황은 합병증에 시달려온 만성질환자의 증세가 갑자기 악화돼 응급실에 실려온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유럽 지도자들이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생각하기도 싫은 파국이 초래될 수도 있다.

위기 해소의 관건은 유럽 지도자들이 경제적 고통을 최소화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편으로는 긴축정책을 유지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성장을 가미하는 새로운 해법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해법이 나와야 그리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는 23일 열리는 EU 정상회의가 매우 중요하다. 유럽 지도자들이 긴축과 성장의 절충안을 마련하고, 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긴축완화 방안을 수용할 경우 긴축을 지지하는 신민당이 2차 총선에서 승리, 그리스 위기는 점차 진정될 수 있다.



하지만 유럽 지도자들이 절충안 마련에 실패, 그리스 2차 총선에서 시리자가 승리할 경우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위기가 본격화돼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큰 폭의 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로존의 심각한 경기침체는 물론 미국 경제도 수출 감소와 신용경색으로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도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를

중국은 재정ㆍ통화정책을 통해 경기급락을 피할 수 있겠지만 수출 급감으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한국 경제도 2008년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면 유로존에 대한 수출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 수출도 간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한편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 금융 불안이 증폭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내수 회복세도 크게 둔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한 달이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EU 정상회의(23일), 아일랜드 국민투표(31일), 그리스 2차 총선(6월17일) 등 주요 정치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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