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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4월 27일] 먼 길 돌아가는 미분양 대책
입력2010-04-26 18:18:18
수정
2010.04.26 18:18:18
김정곤 기자
"왜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정부가 지난 23일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이후 주택업계 관계자가 기자와의 통화해서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는 정책은 효과가 큰 것 같지만 본질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며 "도덕적 해이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위기에 빠진 주택시장을 구하기 위해 또 한번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자구노력은 하지 않은 채 정부의 해결책만 바라보고 있는 업계를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기자의 머릿속에서도 과연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4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2008년 이후 정부가 내놓은 미분양 관련 대책을 살펴보면 금융규제 완화, 조세부담 완화, 규제 완화, 미분양주택 직접 매입 등으로 요약된다. 이번 '4.23 미분양 대책'은 대한주택보증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정부기관을 동원한 주택 직접매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유동성을 간접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공적 자금을 투입한 미분양 아파트 직접 매입은 언뜻 보면 효과가 가장 큰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에도 같은 방법으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분양 직접 매입은 보조적 수단이지 주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반증이다.
한 주택연구기관이 과거 미분양 해소 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공급이나 수요를 따로 살리는 것보다는 공급과 수요를 복합적으로 살릴 수 있는 정책의 효과가 가장 컸다.금융규제 완화 및 소득공제, 조세 감면 등과 공공의 직접 매입이 결합돼야 미분양 해소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손댈 수 없다는 정부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미분양 대책이 진정 효과를 발휘하려면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정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정부는 앞으로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고 주택 구매자는 주택을 구입해도 좋다는 확신이 서야 한다. 미분양 문제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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