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올해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디플레이션과 성장둔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맞춰 금리도 중속 성장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인민은행의 속내가 읽힌다.
중국의 추가 금리인하는 이미 예견됐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2년4개월 만에 금리를 인하했지만 통화완화와 경기부양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도 3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등 주요 경제지표가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이 지난 2월28일 성명에서 '실질 금리 수준 유지'라고 언급한 것도 물가하락이 이번 금리인하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시사한다. 앞서 2월25일 인민은행은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다수의 생각보다 크다고 경고했다. 리후이웡 신은만국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은 중국 경제의 최대의 적"이라며 "지속적인 완화(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경제 위축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인하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부동산 경기부양에 금리인하 효과가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중국 부동산 경기는 2년이 넘도록 침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올 2월 평균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보다 3.8% 내려 1월의 -3.1%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2.7%를 기록한 후 3개월 연속으로 하락이다. 또 전국 주요 70개 도시 중 신규 주택 가격이 하락한 곳은 64곳, 상승한 곳은 2곳에 불과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송유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금리인하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은 시진핑 정부 3년 차의 경제정책을 결정짓는 전인대를 앞두고 금리인하를 발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전인대를 앞두고 목표성장률을 낮추더라도 7%를 마지노선으로 삼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한편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신호도 줬다는 해석이다. 창지안 바클레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인대를 앞두고 금리인하를 했다는 점에서 타이밍이 흥미롭다"며 "성장둔화와 디플레이션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결의가 보인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로 중국 기업들의 대출 여력을 확대해 고용을 안정시키는 데 우선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조차 잇따른 금리인하의 혜택이 부동산 투자자와 과도한 부채부담에 시달리는 국영기업 및 지방정부에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신경보는 "금리인하 효과가 부동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1·2선 도시에 대출로 주택을 산 사람들의 이자비용은 줄여주겠지만 이것이 전체 경제에 어떤 이득을 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리서치 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중국의 신용수요가 약해진 가운데 금리인하는 기존에 과도한 대출을 떠안고 있는 대형 국영 금융기관과 국유기업·지방정부들에 혜택을 줄 것이라며 민간 부문의 대출을 촉진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전인대 이후 인민은행이 추가로 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번의 금리인하로 기업들과 부동산 업체들의 조달비용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요구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금리를 건드리는 것은 부담이다. 가뜩이나 금리 차익거래를 노린 자본유출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금리를 다시 내린다면 자본 유출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셴전광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통화정책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며 "추가 완화정책은 지준율 인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준율 인하 시점은 3월 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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