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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노숙인 부부 "보금자리 생겼어요"
입력2010-04-20 09:30:00
수정
2010.04.20 09:30:00
서울시 '자활의 집' 지원으로 재기 성공
“드디어 저희들만의 보금자리가 생겼습니다. 이제 한 푼 두 푼 모아 시골에 농사 지을 작은 땅을 마련하는 게 꿈입니다.”
10여년 만에 노숙자 생활을 마감한 유원근(55)씨는 요즘 한경애(54ㆍ여)씨와의 때늦은 신혼생활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08년 유씨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노숙인 쉼터 ‘반석 희망의 집’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유씨는 같은 쉼터에 머물던 한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구애했고 지난 2월 말 결혼에 골인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노숙인 쉼터가 생긴 후 처음으로 노숙인 부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전라남도 출신인 유씨는 1970년대 일자리를 찾아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남다른 손재주로 꽤 큰돈을 모았지만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술독에 빠졌다.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된 유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쉼터에서 한씨를 만난 후 그의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술을 끊고 돈을 모으면 한씨와 중매를 서주겠다”는 사회복지사들의 약속에 이를 악물고 일했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길거리를 전전하다 쉼터에 들어온 한씨도 그런 유씨의 정성에 감복해 마음을 열었다.
유씨 부부는 결혼 후에도 한 달여간 신혼집을 구하지 못하다가 이달 14일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전세금 4,000만원으로 서울 봉천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보금자리를 얻었다.
방형주 쉼터 부장(사회복지사)은 “방 한 칸에 화장실과 부엌이 딸린 작은 집이지만 요즘 한씨의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1999년부터 자활의지가 강한 노숙인에게 전세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자활의 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노숙인 주거지원을 강화해 전세자금 최대 지원한도를 기존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가구인원 수에 따라 지원금액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전셋집 퇴거조건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월 소득 200만원, 저축액 2,000만원 이상이 되면 ‘자활의 집’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전셋집에서 나와야 했으나 이를 월소득 300만원, 저축액 4,000만원으로 올렸다.
정운진 자활지원과장은 “앞으로 노숙인들의 자활의지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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