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스포츠인들의 활약상을 보면 우리나라는 의심할 여지 없이 스포츠 강국이다. 유럽 명문구단에서 뛰는 축구 선수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100승의 금자탑을 쌓은 골프 선수들, 미국ㆍ일본에서 뛰는 프로야구 선수뿐만이 아니다. 축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했고 야구는 올림픽에서 9전 전승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이처럼 대단한 한국 스포츠지만 국내에서는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축구는 잉글랜드에만 프리미어리그 20개팀을 비롯해 4부 리그 92개 클럽이 활약하고 있는데 엄청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거대한 스포츠산업으로 발전했다. 미국 프로골프, 일본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반면 한국에서는 무늬만 프로지 기업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즘 일부 야구ㆍ축구 게임에는 관중들이 몰려들지만 가끔 중계를 보면 관중석이 텅 빈 경우도 있다. 이러니 기업 후원 없이는 생존이 힘들고 일류 선수들이 뛸 만큼 충분한 보상을 할 수 없다. 결국 일류선수들은 기회만 되면 해외로 나가고, 이들이 없는 한국 스포츠는 관중을 모으기 힘들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일류기업, 국내투자 더 많이 늘리고
경제도 마찬가지다. 일류기업 없이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없고 높은 임금을 줄 수 없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지난해 11월 기아자동차는 중국 옌청에 3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의서를 체결했다. 현대ㆍ기아차 공장 유치를 위해 옌청정부는 공장부지 무상 제공, 세금 인하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로써 현대ㆍ기아차는 각각 3개의 중국 공장에서 도합 173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며 동반진출한 협력사도 이미 120여개에 이른다. 삼성전자도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뒤 중국 지방정부들이 뜨거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일류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면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하고,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다각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ㆍ일본은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컴백을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일류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우리를 맹추격하는 신흥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을 촉진할 수 있다. 협력업체들도 수백개씩 따라 나가니 날로 어려워지는 국내 일자리 문제도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반면 한국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은 별로 없다. 인천 송도 같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놓았지만 대부분 비어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한국 제조업체수는 감소일로다.
한편 매년 50만여명씩 쏟아지는 대졸 청년들은 고임금 일류직장을 원한다. 중소기업이나 농어촌에는 일자리가 있어도 안 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일류기업들이 국내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붙잡아두고 외국의 일류기업 유치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대기업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인세 감면은 공염불이 됐고 뽑겠다던 규제의 전봇대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권은 오히려 출자 제한, 협력이익배분제 등 기업활동을 옥죄는 정책들을 시리즈로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중소기업ㆍ농축산업 등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대한 보호대책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일류기업 지원·육성 힘써야
그 결과 외국인 고용만 증가하고 청년실업은 고공행진을 거듭할 게 뻔하다. 고용시장의 수급 불일치를 해결하려면 고급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생산성 높은 일류기업들을 더욱 지원ㆍ육성하고 생산성 낮은 부문은 보호보다는 점진적인 개방과 경쟁으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대한 보호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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