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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5월 4일] MB노믹스와 서울컨센서스
입력2009-05-03 17:47:09
수정
2009.05.03 17:47:09
이경태(한국무역협회국제무역연구원장)
이명박 정부의 시장친화적 또는 기업친화적 경제정책은 시대적 상황의 산물이다. 참여정부 5년간 내내 양극화 해소를 주창했으나 실제로 양극화는 더욱 악화됐고 중산층이 위축되고 서민들의 생활은 핍박해졌다. 대학을 졸업하는 사회 초년생은 물론 직장을 잃은 4050세대와 은퇴한 노년층 모두의 한결같은 염원은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표를 던졌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세계 모든 정부는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 결과 정부는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직접 나서서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매입하고,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하고, 은행과 자동차회사 등을 국유화하고, 녹색산업을 지원하며, 금융감독과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등 거시와 미시에 걸쳐서 정부손길이 거미줄처럼 뻗치고 있다.
경제사적으로 볼 때 지난 1979년 5월 대처 영국수상의 집권과 18개월 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집권 이후 30년 동안 경제이론과 정책을 풍미해온 신자유주의가 지금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조화는 무절제한 탐욕에 의해서 ‘보이지 않는 손’의 저주가 됐다. 지나간 30년의 세월에 걸쳐서 글로벌스탠더드의 영화를 누렸던 ‘워싱턴 컨센서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서 부정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신 뉴딜정책은 80년 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과 괘를 같이 한다. 대규모 공공투자, 금융 재규제, 노조활동 보호강화, 서민층 감세와 부유층 증세, 공공의료보험 도입, 자유무역이익의 폭넓은 배분 등은 제2의 수정자본주의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인가. 답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지라도 우리에게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단일 글로벌스탠더드 시대는 가고 다수의 글로벌스탠더드의 시대가 오고 있다.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다수의 스탠더드가 서로 경쟁하는 전국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워싱턴 컨센서스, 브뤼셀 컨센서스, 베이징 컨센서스 중 그 어느것도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수 없고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한국이 처한 시대적상황에 비춰 내려져야 한다. 국민들은 여전히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더 하고,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산업에 대한 족쇄를 풀고, 공기업의 방만함을 제거하고, 창의적인 인력을 키우고, 대외개방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해야 하는 당위성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굳건히 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실패 또는 우리 내부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외부로부터의 충격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노력은 외부충격에 대한 내성을 배양하는 데 모아져야 한다. 투자와 소비를 늘려서 결과적으로 수출의존도를 낮추는 수출ㆍ내수 병행정책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이후 수출 기업을 곤경에 빠뜨린 극심한 외환시장 불안정은 은행의 대외채무와 높은 예대율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에 은행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
우리의 경제발전 역사를 되돌아보면 선진국의 경험을 맹목적으로 답습하지 않고 우리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정책을 창의적으로 개발해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 박정희 정부의 민관 합작의 발전국가모형은 독일과 일본의 경우와 유사한 점이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고심과 고뇌가 녹아 있다. 12년 전 외환위기 때는 위기극복에 급급하다 보니 먼 앞을 내다보는 준비에 소홀했고 우리만의 강점을 가진 색깔 있는 정책과 제도를 창조하지 못했다.
이번 위기의 진행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새롭게 나눠질 것인데 승자는 국가이건 기업이건 간에 좌고우면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한국이 승자로 부상하면 서울 컨센서스가 글로벌스탠더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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